예비FA들 '대박'…오승환 첫 5억원대 연봉

입력 2013-01-30 09:26:18

정근우 2억4천만원 올라…내년 계약 앞두고 '선심'

올 스토브리그서 예비 자유계약선수(FA)들이 두둑한 연봉을 챙기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뒤 FA자격을 얻는 SK 와이번스 내야수 정근우는 29일 구단과 5억5천만원에 재계약을 했다. 지난해 타율 0.266으로 6년 연속 타율 0.300에 실패했지만, 연봉은 지난해보다 2억4천만원이 올랐다. 투수 송은범도 지난해 8승에 머물렀으나 연봉은 2억4천만원이 뛰어 4억8천만원이 됐다.

앞서 롯데와 재계약한 강민호도 3억원에서 5억5천만원으로 연봉이 껑충 뛰었다. WBC 4강에 들면 예비FA가 되는 최정도 2억4천만원이 오른 5억2천만원에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2년 연속 마무리왕을 거머쥔 삼성 오승환도 이달 11일 지난 시즌 연봉 3억8천만원보다 1억7천만원(44.7%) 오른 5억5천만원에 구단과 재계약했다. 줄다리기를 하다 구단의 애초 제시액에 도장을 찍었지만 처음으로 5억원대 연봉대열에 합류했다. 장원삼도 2억5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1억5천만원의 인상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예비FA들에게 다소간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구단은 해당 선수와의 관계를 좋게 해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막으려 돈 보따리를 푼다. 여기에는 미리 연봉을 높여놔 이적하더라도 보상금을 두둑이 챙기겠다는 구단의 속내도 맞물려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만 본다면 올 스토브리그서의 예비FA들에게 붙은 프리미엄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시즌 뒤 FA 자격을 얻어 삼성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현욱은 예비FA 시절인 2012년 연봉 인상 금액이 4천만원(2억5천만원)에 그쳤다. 롯데를 떠나 KIA와 4년간 50억원의 초대박 계약을 한 김주찬 역시 1억7천만원에서 1억원 오른 2억7천만원에 롯데와 재계약했다.

2011년 당시 SK 선수였던 정대현도 FA를 앞두고 3천만원이 오른 2억6천만원에 SK와 재계약했고, 이승호도 6천500만원이 오른 2억원에 계약했다. 별달리 예비FA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올 스토브리그서 유독 예비FA 환심사기가 기승을 부린 건 올 시즌이 끝난 뒤 어느 해보다 굵직한 FA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9'10구단 창단 등으로 FA 시장이 어느 때보다 과열될 것으로 보여 구단들이 팀내 FA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이에 각 구단은 팀의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갈 경우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일찌감치 집안단속에 나서는 한편 미리 연봉을 높여놔 다른 팀이 아예 눈독을 들이지 못하도록 사전예방 장치를 걸어놨다. FA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면 원소속팀에 전년도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 혹은 전년도 연봉 300%를 줘야 한다.

결국 예비FA를 보유한 구단들은 내부 FA를 잃고 거액을 들여 외부 FA를 영입할 바에야, 일단 집안단속부터 철저히 한 다음 FA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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