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겨울방학 시즌 욕심, 대체항공 없이 가격만 낮춰
이모(49) 씨는 최근 결혼 20주년 기념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 후유증만 잔뜩 안고 돌아왔다. 이달 24일 대구에서 방콕으로 간 비행기는 물론 27일 방콕에서 대구로 온 비행기마저 지연 운항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24일 오전 10시에 방콕으로 떠나기로 돼 있던 비행기가 3시간 이상 지연됐다. 그런데 방콕에서도 8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돼 27일 오후 7시 대구 도착 예정이었는데 28일 오전 2시 넘어서야 도착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패키지여행의 주된 교통수단인 전세기 운항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여행사와 저가항공사가 전세기 계약을 맺으면서 대체 항공수단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데 골몰한 나머지 비상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여행사 측은 대체 항공수단 확보가 어려운 점과 함께 저가항공사들의 시간 개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관광객 불만 폭발=겨울방학 시즌과 연휴 성수기를 맞은 여행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동남아 여행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잦은 운항 지연에 따른 불편은 물론 일부 여행 코스가 변칙적으로 이뤄지면서 오랜만에 해외여행에 나섰던 관광객들의 불만이 숙지지 않고 있다.
24일 이 씨와 함께 태국 여행 일정에 동승했던 또 다른 관광객은 "대구에서 24일 오전 10시 이륙 예정이어서 오전 7시까지 대구공항에 도착해 기다렸다. 사실상 첫날 일정을 공친 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들은 실었던 수하물을 다시 내놓으라고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승객들은 "3박 4일 일정이라고 하지만 선물가게에 들르는 등 여행사가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 기획한 일정을 빼면 실제 여행 일정은 이틀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비행기가 늦게 이륙한 원인은 기상 악화. 몽골 우루무치에서 출발해 방콕에 갔다 다시 대구로 오려던 비행기가 현지 기상 악화로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다. 여행사 측이 전세기 운항 계약을 맺은 곳은 저가항공사인 제트아시아였다. 문제는 대구로 돌아오는 27일에도 똑같은 이유로 8시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됐다는 점이다. 승객들이 지연 출발의 근본 원인을 여행사의 상술에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지연 운항=더 큰 문제는 이런 지연 출발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꿎은 관광객들은 해외에서 항의할 방법도 없는데다 여행 일정이 마무리된 뒤에야 보상 등을 협의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달 7일 오전 8시 30분 대구를 출발해 캄보디아로 갈 예정이던 캄보디아 스카이윙스아시아 여객기도 6시간가량 출발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공항에서 항의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시엠립공항으로 갈 예정이던 여객기는 정비 문제와 승무원들의 법적 휴식 시간 보장 등이 맞물리면서 오후 2시로 출발 시간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지난해 초에도 있었다. 대구 직항노선이었던 패키지 상품을 환승 노선으로 바꾸는가 하면 모객이 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항공편을 취소해 지역민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해당 여행사 측은 "항공사 측에서 승객들에게 20만원씩 보상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객은 우리가 했지만 항공 운항은 전적으로 항공사 사정이다 보니 속 시원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객 일정에 따라 현지에서 마사지, 쇼 공연, 식사 편의 등 최대한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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