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촌 제일유치원 한자공부 4명 5급·6명 6급시험 합격
40여 년 이상 교단에 섰다 퇴직한 이영호(89) 옹은 일주일에 세 번 동촌제일유치원(대구 동구 검사동)을 찾아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친다. 10년째 거르지 않은 일이다. 대구 동구노인복지회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가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른 것.
이 옹은 아이들과 한자 카드 수업을 즐겨 한다. 이 옹이 한자 카드를 한 장씩 펴 보이면 주위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뫼산(山), 물수(水)" 등 또박또박 읽는다. 유치원생답지 않은 솜씨다. "대어(大魚), 견마(犬馬)" 등 두 글자씩 붙여 읽기도 거뜬하다. 이 옹은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돼 흥미를 끄는 놀이 형식을 적용해 한자를 가르친다"고 했다.
뛰어난 한자 실력을 가진 유치원생들이 있어 화제다. 동촌제일유치원 원아들이 한자 교육을 통해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자매 결연을 맺은 일본의 유치원과도 한층 끈끈한 관계를 잇는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
이 유치원 원아들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은 지난해 말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을 치러 전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고교 수준인 5급에 합격한 아이들은 심규대 군과 김지은 김사랑 최다경 양 등 4명. 이재원 이도윤 심규은 군과 남주혜 이현지 김민서 양 등 6명은 중학생 수준인 6급 자격을 따냈다. 이재원(6) 군은 "유치원 공부 중 한자 가 제일 재미있다"며 "제가 엄마, 아빠에게도 직접 한자를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한자 강사인 이영호 옹이 꾸준히 원아들을 지도해온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옹은 한자의 제자 원리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형의 원리부터 아이들에게 설명한 뒤 점차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공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원아들 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각 1명도 함께 시험을 치러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심규대'규은 형제의 어머니인 서은경(38) 씨와 신효주 교사(3급)가 그 주인공. 규대와 함께 5급 자격을 딴 서 씨는 "아이들이 한자 공부하는 걸 보고 함께 책을 보게 됐다"며 "한자를 배운 아이들이 '당연하다' 등 또래 답지 않은 말을 자연스레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고 했다.
이 옹의 한자 교육은 2005년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후쿠오카의 유키소노 유치원과 정을 쌓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한자를 공부하면서 원아들이 일본어도 보다 쉽게 익히게 돼 개인적으로 유키소노 유치원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 동촌제일유치원 김한경 원장은 "아이들을 옆에 끼고 수준별로 가르치니 한자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라며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자를 술술 읽고 한자어를 섞어 이야기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이 옹이 유치원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친 것도 어느새 10년. 이 옹은 "꼬마들과 부대끼며 세월이 그토록 빨리 가는 줄도 몰랐다"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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