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요즘 화두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행복하길 바라고, 자녀들도 부모가 행복하길 바란다. 생애의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렇기에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은 '행복 추구 공동체'가 아닐까.
이 공동체에 최근 반려동물도 식구로 편입됐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개나 고양이 등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을 누리는 반려동물이 늘고 있다.
◆하품하며 집 지키던 개의 추억
"반려동물 하면 생각나는 시설은?" 많은 사람들이 '동물병원'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또?"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예방접종이나 치료 외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최종수(33'경북 안동시) 씨는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집에서 개를 키웠다. 커다란 농업용 고무 대야를 뒤집어 입구만 뚫은 개집에 모두 다섯 마리가 거쳐 갔다. 이름은 '쫑'(수컷) 아니면 '메리'(암컷). 두 가지뿐이었다. 나는 끼니때마다 잔반을 모아 개밥을 만들어 주는 당번이었다. 개들은 평소에는 목줄에 묶여 하품이나 하며 집을 지켰고, 어쩌다 한 번 목줄을 풀고 탈출에 성공하면 하루 종일 산과 들로 쏘다니다 아버지에게 붙잡히기를 반복했다. 그게 전부였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참 심심하고 또 서글픈 '견생'(犬生)을 살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도 높은 교육열, 야생 본능 발산하는 '도그 스포츠' 인기
자,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이 참 많이 생겨났다. 요즘 반려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배우고 또 즐기며 사느라 바쁘다.
유치원 혹은 학교에 다니는 반려동물들이 많다. 대구에는 사회적 기업 '삽사리파크'가 운영하는 '하브 앤 토닥'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배변학습'실내운동'음악 감상'TV시청'예절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애견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애견 놀이방도 마련돼 있다. 주로 혼자 살며 직장에 다니는 주인들이 출'퇴근을 할 때 반려견을 맡겼다가 데리고 간단다.
6주짜리 애견학교 프로그램도 있다. '앉아' '기다려' '악수' 등 명령어 훈련과 거식훈련(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는 훈련) 등 커리큘럼이 다양하다. 주인도 강아지를 안는 법부터 귀 청소와 치아 및 발톱 손질 방법 등을 배운다. 이곳 관계자는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서로가 삶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도 야생 시절 산과 들을 달리며 사냥하던 본능을 갖고 있다. 이를 스포츠로 발산시켜 주는 곳이 있다. 대구 수성구 상동에 있는 '웨이 포 도그 애견스쿨'에서는 다양한 종목의 '도그 스포츠' 훈련'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들이 집안에서만 생활하는데다 산책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도그 스포츠 종목으로 프리스비'아질리티'도그 댄스가 있다. 프리스비는 플라스틱 원반을 던지면 반려견이 뛰어가 물어 오는 종목, 아질리티는 허들'시소'육교 등 다양한 장애물 코스를 반려견이 통과하는 종목, 도그 댄스는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팀을 이뤄 율동을 펼치는 종목이다.
◆수제 간식, 맞춤형 영양제…
반려동물을 위한 의'식'주 관련 제품도 다채로워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특히 먹을거리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사람보다 더 잘 먹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인터넷에서 '반려동물 간식'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쇼핑몰 사이트가 수십 개 뜬다. 사이트 설명에 '수제 간식'과 '영양제'라는 단어가 특히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인기 먹을거리 제품 추천 메뉴가 가장 먼저 떴다. 제품 이름은 '소간 빼빼로'. 국내산 소간과 흰살생선과 현미 등을 혼합해 만든 수제 간식이란다. 눈물 과다분비로 악취를 풍기고, 눈물자국이 생기는 반려동물이 많은데 소간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또 철분도 많이 들어 있어 빈혈'임신출산견'성장기 애견에 영양만점 간식으로 그만이란다. 이외에도 육포'오리고기'고급 수제 개껌 등 수제 간식과 피부'관절'구강 등으로 분류된 맞춤형 영양제, 그리고 다가오는 설을 맞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애견용 화과자 선물세트(2만8천원) 등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샴푸'미스트'보습제 등 뷰티용품이나 식기'배변용품'발톱깎이 등 생활용품,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쇼핑몰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인과 함께
개의 수명은 평균 15년 안팎이다.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생일도 딱 그만큼이다. 그래서 반려견과 제한된 횟수의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생일파티를 여는 주인들이 적잖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애견 카페 '커피와 강아지'. 이곳에서는 반려견과 주인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애견 생일파티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수제 케이크와 다양한 애견용 수제 간식으로 푸짐하게 차리는 것은 물론 화려한 장식을 더한 생일상이 특징이다.
이곳은 평소에는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카페이기도 하다. 이런 형식의 애견'애묘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주인은 커피와 차를 마시고, 강아지와 고양이는 카페에 마련된 이런저런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식이다. 점차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쌓는 장소로도 반려동물 카페는 인기를 얻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도 최근 확산 추세다.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를 보면 절차와 방법 등이 사람의 장례와 거의 같다. 반려동물 사체는 사람처럼 염을 하고, 수의를 입힌다. 유골은 납골당에 보관하거나 사리로 만드는 등 다양한 처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화장장'추모관'분향소 등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운영한다. 일반 상조회사처럼 장례 매니저도 있다. 주인이 연락하면 가정에 방문해 사체 수습부터 유골 인도까지 전 과정을 대신 해준다. 장례비용은 보통 10만~20만원 정도다.
2008년 8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화장이 합법화된 이후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은 꾸준히 성장 추세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잘 기르는 것은 물론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도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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