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0.3%) 이후 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5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2.9%에 머물게 됐다. 이런 초라한 성적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되돌리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이라는,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난해 우리 경제 실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우려는 한층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수출도 안 됐고 내수도 꽉 막혔다. 성장을 견인하는 양대 축이 비틀댔으니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올해에 쓸 재정 15조 원을 조기 투입하지 않았다면 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성장의 본질적 주체인 민간 부문의 활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징조다. 한때 세계가 찬탄해 마지 않았던 우리 경제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일본의 양적 완화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출은 벌써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경제 강국들의 환율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어느 한쪽이 자제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근린궁핍화(近隣窮乏化)의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올해에도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을 겪게 됨을 예고한다.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 수출에서 벌어들이지 못하면 내수도 침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이렇게 현실은 암울하기만 한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얘기는 하고 있으나 '어떻게'는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성장률 목표치가 아니라 성장률 전망치도 제시하지 않는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경제는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없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외부 여건 변화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노력과 외부 여건이 적절히 조화될 때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우리의 경제개발 역사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함정에서 건져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국민은 박 당선인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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