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온정의 폐휴대폰

입력 2013-01-25 11:13:39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방영 중인 '어떻게 만들어지나?'(How do they do it?)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주변의 각종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각종 사회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그 원리를 다루는 다큐 시리즈다. 가령 연필이나 청바지, 전구, 골프공 등의 제조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거나 기상예보, 산불 진화, 방진 건물, 스페이스 셔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각종 시스템의 운영과 작동 과정을 낱낱이 해부하는 식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면서도 어찌 그렇게 되는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넘겨버리기 쉬운 이면을 포착해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점에서 유익한 프로다. 'Behind the ordinary is the extraordinary'라는 슬로건도 눈길을 끈다. 일상의 평범한 것 뒤에 숨겨진 비범한 사연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제작 의도를 잘 대변하는 문장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과도 통한다.

폐휴대폰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고장 나거나 싫증을 느껴 방치한 폐휴대폰에서 '도시광산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것만 봐도 범상치 않은 사연이 숨어 있다. 폐휴대폰을 해체하면 금 0.04g, 은 0.2g, 팔라듐 0.03g, 구리 14g 정도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천500원쯤 된다. 이를 추출해 재활용하거나 환금해 다른 용도로 쓴다면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나 변신하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일선 학교를 통해 모은 폐휴대폰으로 조성한 기금을 복지단체에 전달했다는 뉴스다. 2011년부터 시작된 폐휴대폰 수거 사업은 각급 학교에서 수거된 폐휴대폰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빈곤 아동 학습 지원 사업에 쓰고 있다. 2011년에는 2만 9천여 대를 모아 3천675만 원을 기부했고 작년에는 1만 4천여 대, 3천여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국내의 폐휴대폰 발생량은 연간 1천400만 대.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연간 500만 대 정도다. 우체국에서 현재 폐휴대폰 수거 사업을 펴고 있으나 시민 관심도가 아직 낮은 편이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폐휴대폰을 잘 처리하면 환경보호와 자원 재활용 효과도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선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범한 광맥이 아닐 수 없다. 휴대전화 1t에서 추출되는 금 400g과 금광석 1t을 채굴해 얻는 금 5g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 사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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