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예상을 깨고 새 정부의 첫 총리에 지명된 김용준(75)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삶은 입지전적(立志傳的)이다.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까지 올라 '살아있는 신화'로 일컬어진다.
김 지명자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수 씨의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부친이 6'25전쟁 와중에 납북되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할 정도로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고교 2학년 때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 3학년 때인 만 19세에 고등고시(현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로 임용됐다. 헌재소장 재임 중에는 과외금지, 군제대자 가산점제, 택지소유상한제, 동성동본 혼인금지, 단체장 입후보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각종 제한을 철폐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 지명자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으나 지난해 박근혜 대선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직을 수행해 왔다. 인수위원장이 첫 총리 후보로 지명된 것은 처음이며, 총리직에 오를 경우 역대 최고령이란 기록도 세우게 된다.
김 지명자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원장과 총리 지명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임명이 취소되지 않는 한 양쪽으로 다 겸해서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비켜갔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평소에도 지팡이를 사용하는 그는 지체장애로 군 면제를 받았다. 장남과 차남도 각각 신장'체중, 질병(통풍)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대법관 시절이던 1993년 재산공개 때 자신과 부인, 두 아들을 포함해 29억8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인 서채원 씨는 이화여대 재학 중 메이퀸 선발대회 학과 대표로 뽑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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