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면 무상급식…"소득 따른 선별급식 안돼" vs "한정된 재원 어떻게 감당"

입력 2013-01-25 07:26:32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송세달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의무무상급식은 지난해 대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 중의 하나였다. 지역에서의 첫 주민발의 방식이었던 의무급식 조례제정운동에는 3만2천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매일신문 DB
의무무상급식은 지난해 대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 중의 하나였다. 지역에서의 첫 주민발의 방식이었던 의무급식 조례제정운동에는 3만2천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매일신문 DB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송세달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송세달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의무(무상)급식은 지난해 대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 중의 하나였다. 지역에서의 첫 주민발의 방식이었던 의무급식 조례제정운동에는 3만2천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지난해 9월 대구시의회가 조례안을 처리한 뒤에는 시민단체들이 "날치기 누더기 수정"이라며 반발했다. 올해 역시 조례안 수정의 책임을 물어 김원구 대구시 행정자치위원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서명운동이 시민단체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등 의무급식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 전면 의무급식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빈부의 차별 없는 학교 급식을 실천하자는 시민단체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용어 선택의 오류다. 의무급식이란 용어는 상위법 어디에도 없다. 있지도 않은 용어를 만들어 주장하는 것은 사회안정성을 해친다.

둘째, 한정된 재원의 문제다. 시급한 현안사업에 예산을 투자, 소기의 교육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데 무상급식이 최우선 사업이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가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상급식을 우선하는 것 자체가 약자에게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부의 역분배 현상이 우려된다. 보편적 무상급식이 이뤄지려면 부자 증세를 통해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이 상응하게 조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경제회복을 이유로 부자 감세가 이뤄졌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상류층의 사회적 책임은 줄어드는데도 무상급식을 통해 혜택은 늘리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 대구시 및 대구시교육청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의견은

▶시교육청의 경우 무상급식 관련 예산으로 올해 598억원이 편성돼 있다. 400명 이하 소규모학교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반면 의회는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재원이 부족한데도 사회 상류층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교 1'2학년은 모두 가난하고 400명 이하 소규모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가난한 게 아니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논리와 주장에 맞지 않는 급식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말로는 부자 급식 금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학교의 규모나 학년만을 가지고 전면 무상급식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 시의회가 전향적으로 급식 조례를 수정할 수 없나

▶대구 학생들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가슴이 아프다. 그런 이유로 시의원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급식 조례에 있어서 급식의 주체는 시교육청이고, 급식 지원의 주체는 대구시다. 반면 시의회는 양자의 의견을 조율, 더 많은 학생에게 복지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질적 평등과 형식적 평등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교육당국과 대구시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시의회는 조례 수정안이 발의되면 과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택인지,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

- 새 정부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바람은

▶보편적 복지는 모두 다 같이 행복을 누리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나라처럼 사회통합이 필요한 나라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대가로 의료복지 혜택을 줄인다면 성공한 복지사회라고 볼 수 없다. 국가의 지원 없이 부분급식 수준의 한정된 재원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되면 피해자는 결국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가가 무상급식 재원을 확충하고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신뢰 있는 정책을 개발, 전국적으로 일관된 급식정책이 시행되도록 하는 길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우열에 따라 혹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차별을 받는 정책 실패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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