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 재의결, 새누리 신중론 확산

입력 2013-01-24 14:01:17

부정적 국민여론 의식, 신속 처리 입장서 후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이하 택시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재의결을 요구하자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졌다.

애초 정치권은 택시법이 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전폭적인 지지(재석 255명, 222명 찬성)로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신속하게 재의결 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택시법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울면서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대안검토를 포함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 여당이 바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행정부의 후속 대책을 검토한 뒤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재의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기현 원내수석 부대표는"정부가 마련할 예정인 택시발전지원특별법의 내용을 검토하고 택시 종사자 처우 개선 방안과 여러 교통수단 간 형평성 문제 등도 살펴보겠다"며 "택시업계의 의견도 참고해 재의결 등 국회 차원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세 감면 및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택시발전지원특별법을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내 중진 그룹에서도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몽준 의원은 23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택시법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민생의 문제인 만큼 정치권 내부의 논리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덜어 주고 택시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동시에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부가 내놓기로 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뒤 후속조치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에서도 일단 정부의 대책과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차에 따른 보상과 연료 다변화 그리고 각종 세제혜택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정부가 내놓을 특별법에 담길지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권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대선공약을 뒤집는 것이어서 최종결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약 준수와 신뢰의 정치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선 현 택시법에 대한 여론의 변화 추이를 꼼꼼하게 살피고 나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택시법 재의결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약실천 의지를 과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재의결 추진 주장이 정치적으로 새누리당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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