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라 친구와 지인들에게서 문자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왔다. 그중 꼭 한마디씩 하는 말이 있었다. "새해엔 좋은 것 같이 좀 공유하고 싶은데, 이제 좀 갈아타지"하는 거다.
아직 2G폰을 쓰는 내게 번갈아 가며 약속이나 한 듯 하는 소리이다. 업무적으로 꼭 필요하다면 모를까 쓸데없이 게임이다 카톡이니 하며 많은 시간을 거기에 할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제까지 휴대폰을 바꾸지 않은 나름의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나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절대지존 우리 형부의 보이지 않는 힘도 작용된 것 같다. 형부는 처음 구입한 휴대폰을 십수년 째 쓰고 계신다. 정말 그 휴대폰은 고장도 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시대를 역행하거나 그렇다고 과거에만 안주하는 꽉 막힌 분도 아니면서 자기철학이 강한 분이셔서 그런지 가족에겐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빈틈이 없으신 분이시다. 처음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존경해 마지않는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언니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천생연분은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멀쩡한 걸 두고 계속 새로운 것만 좇아간다면 그건 분명 국가적 낭비이다. 얼마 전 언니가 형부 휴대폰을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할 것 같다 하기에, "그럼 스마트폰?" 언니 하는 말 "아니 중고폰 알아본대" 이런다. 역시 우리 형부답다. 나도 2013년엔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울 수 있는 값진 투자를 많이 하는 한 해를 설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친구들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사진은 얼마 전에 형부 몰래 기념으로 찰칵 찍어놓은 형부의 2G폰이다.
김은실(대구 달서구 장기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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