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2천원서 3천원으로 원재료·LPG 가격 올라… 하루 3만원 벌기
직장인 김상현(37) 씨는 집 근처에 국화빵 노점이 생긴 것을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린 시절 용돈을 아껴 사 먹던 기억을 되새기며 손에 천원짜리를 쥐고 갔다.
하지만 국화빵은 그에게 힘겨운 서민들의 삶을 일깨워 줬을 뿐 추억의 먹을거리가 될 수 없었다. 선뜻 사 먹기엔 가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2천원어치를 달라고 했다가 면박만 들었어요." 노점 아주머니는 기본이 3천원이라며 2천원어치는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서민 간식인 국화빵과 붕어빵 가격이 올라 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값과 함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오르면서 장사하는 사람도, 사먹는 사람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화빵과 붕어빵의 주재료는 단팥 소와 밀가루, 팥 가격은 1년 사이 50% 이상 올랐다. 국산 팥 500g은 올 1월 기준 1만1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원보다 4천원(57.14%)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제분업체들이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평균 8.7%가량 인상하면서 소매가격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밀가루 가격이 오를 경우 국화빵과 붕어빵은 물론 짜장면, 빵 등 밀가루를 주 원료로 하는 서민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게 된다.
노점상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LPG 가격도 껑충 뛰었다. 대구지역 1월 LPG(일반 프로판가스) 소매가격은 ㎏당 2만1천78.44원으로 지난해 2천69.37원보다 5.27% 상승했다.
대구 중구에서 국화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올겨울에 하루 평균 200개가량의 국화빵을 팔고 있다. 하지만 재료비와 연료비를 빼고 나면 김 씨 손에 남는 돈은 3만원이 채 안 된다.
김 씨는 "20㎏짜리 LPG 한 통이 지난해 겨울만 해도 4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4만3천원에서 4만5천원 수준"이라며 "특히 올해는 한파가 일찍부터 찾아와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겨 장사하기가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붕어빵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원에 3개를 주었지만 1천원에 2개만 팔아야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천원에 2개로 가격을 올렸다가는 손님이 끊기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붕어빵 장사를 했다는 서모(62'여) 씨는 "붕어빵은 몇 년째 1천원에 3개인데 원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 1천원에 2개를 팔았더니 손님들이 사먹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결국 장사를 접고 시간제 식당일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이 인심까지 앗아가고 있어요."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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