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무소유와 집착

입력 2013-01-23 10:48:43

고전을 제외한다면,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만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책을 찾기도 쉽지 않을 성싶다. 1976년 처음 출간돼 거의 반세기 동안 30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였다.

이 수필집에는 여러 편의 담담한 글이 실려 있지만 그래도 백미는 '무소유'가 아닐까 한다. 법정 스님은 다른 스님으로부터 난초 화분 2개를 선물 받아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곁에 두다 보니 키우는 재미가 너무 쏠쏠해 온 정성을 기울였는데, 어느 날 햇볕에 화분을 내두고는 깜빡하고 외출했다가 급히 돌아오니 난초가 모두 시들고 말았다. 다시 정성을 다해 제 모습을 되찾게는 했지만, 그다음부터는 난초가 신경이 쓰여 외출도 삼갔다. 3년쯤 지난 어느 날 친우에게 그 난초를 내주고 나니 서운함도 있었지만 홀가분함이 더 컸다고 한다. 이후 스님은 하나씩 버리는 삶을 살 결심을 했다 한다.

소유욕은 사람의 기본 욕망이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그 대상이 재물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자식이든 소유욕은 자신과 주변 사람을 골병들게 한다. 소유욕의 더 무서운 점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요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시끌시끌하다. 지난 예로 보면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정도로 거창한 자리에 앉겠다고 나선 분들이 웬 잘못이 그리 많은지 양파 껍질처럼 끝없이 벗겨져 나왔다. 잘못이 많다 싶으면 처음부터 사양하거나 중간에라도 손을 들어야 할 텐데, 끝까지 버티면서 출신 지역, 출신 학교까지 욕을 보인다. 대개 지금까지의 삶만으로도 충분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산 분들이, 인생을 정리해야 할 즈음에 무슨 망신살인가 싶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즐거움을 소유에 대한 집착의 무서움에 빗대 설명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글이 쉽고 명쾌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더 욕심 내지 말라는 정도도 안 되니 말이다. 한때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한 말 가운데 '개그는 개그일 뿐 화내지 말자'라는 것이 있었다. 아마 이런 분에게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글은 글일 뿐 따라하지 말자'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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