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체 '엔低' 울상…기계·안경도 수출 비상

입력 2013-01-23 09:51:06

원·엔 환율 1,174원까지…대구경북 수출업체들 비상경영 돌입

엔화 하락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수출업계가 채산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매일신문 DB
엔화 하락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수출업계가 채산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매일신문 DB

일본의 엔화 약세로 대구경북지역 제조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하락과 환율 위험에 노출돼 엔저 피해 줄이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했던 엔화가 최근 들어 2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1월 2일 100엔당 1,503원대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이달 초 1,174원 선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 변동성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A회사는 최근 엔화 약세로 인해 이달 초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곳 관계자는 "일본의 경쟁 제품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해외마케팅 시 일본 제품에 비해 우리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한편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엔화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가져오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기업들 역시 수출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과 빈번한 가격 조정에 따른 평판 악화를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채산성 악화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대구경북본부장은 "그동안 엔고 덕분에 해외에서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엔화가 하락하면서 자동차, 기계부품, 안경 등 대일본 수출량이 많은 품목은 비상경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경우 완성차업체가 일본차량과의 경쟁을 의식해 단가 인하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문홍기 대구경북지사장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저로 인해 낮아진 가격경쟁력을 단가 인하로 극복하려 할 것"이라며 "지역 기업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환율 변동 피해기업을 '일시적 경영 애로 자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매출액 대비 수출 실적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 중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어든 중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의 경우 저엔 상황을 반기고 있다. 삼익THK는 일부 품목을 일본에서 직접 수입 판매하면서 오히려 전보다 수입비용이 줄어들었다. 이곳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하락으로 올해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엔화 하락으로 당분간 회사 사정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추가적인 엔화 약세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물가 목표를 1%에서 2%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이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고 '무기한 자산매입'(open-ended asset purchasing) 역시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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