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전문가들은 대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상위권에 든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수능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는 대개 정해진 유형이 있지만 수학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은 소화해야 할 분량이 많아 더욱 고민이 크다.
대입 전형에서도 수학의 비중은 크다. 선택형으로 바뀐 새 수능시험 체계에서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현직 고교 수학 교사와 수학 점수가 뛰어난 학생들을 만나 수능시험 수학 과목 대비 학습법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기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륜고 최정현 교사
2014학년도 수능시험이 대폭 개편된 가운데 국어, 영어, 수학 중 가장 변화가 적은 과목이 수학이다. 그동안에도 수리영역이 가, 나형으로 구분돼 있어 이번 개편이 낯설지 않다. 문항 수도 그대로 유지된다.
경북대 수학교육학과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대륜고 최정현(수학) 교사는 각종 전국 단위 시험의 수학 과목 검토위원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해 5월 치러진 '2014학년도 수능 예비평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A형은 최고난도 문항이 출제되지 않아 예년에 비해 학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겁니다. B형 경우 하나의 상황에 대해 2개 이상의 문항을 출제하는 세트형 문항이 새로 등장하는 등 학생들이 낯설게 느꼈겠지만 실제 난이도가 지난 수능시험에 비해 높았던 것은 아니에요."
최 교사에 따르면 A형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 해결하는 문항이 주류를 이루고, 그래프와 도형 위주 문항이 많이 나온 B형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푸는 형태가 많았다. 특히 그는 대다수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으로 A형은 미분 단원, B형은 공간도형 단원 문항을 꼽았다. 또 이번 수능시험에서 미분과 적분 융합 문항, 공간도형 또는 벡터 문항이 고난도로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수능시험 수학 과목은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최 교사는 A, B형 중 어느 유형을 선택하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가짐으로 겨울방학 동안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개념 이해라고 하면 필수 예제만 계속 풀거나 정리된 공식을 훑어보고 외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 교사는 교과서를 읽어가면서 어떻게 그 개념, 공식이 도출되는지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수학에서의 개념 이해라고 강조했다.
"많은 학생들이 무턱대고 기출문제부터 붙들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지 먼저 자문해봐야 해요. 최상위권 학생들이 기출문제를 본다고 따라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개념을 반복 학습해 정확히 이해하고, EBS 교재를 통해 유형을 익힌 뒤 기출문제를 살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A형보다 어렵게 출제되는 B형 문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문제들이 상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최 교사는 B형을 선택한 학생들 경우 특히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시험을 치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수학 공부를 할 때 모든 과정은 항상 직접 써 보는 습관을 들여두는 게 좋아요. 모의고사 문제로 실전 연습을 할 때는 수능시험 때처럼 100분의 제한 시간을 두고 연습할 것이 아니라 10분을 줄인 90분 안에 문제를 모두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물론 학생의 수준에 따라 학습법도 달라야 한다. 개념 정리가 잘 돼 있는 상위권 학생 경우 고난도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의 공식을 직접 증명해보고 서술형 답안을 쓰는 연습을 통해 풀이의 각 과정에서 오류가 없는지, 더 간단한 계산이 가능한지, 또 다른 풀이 방법은 없는지 꾸준히 점검하는 자세는 수리 논술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문제를 봤을 때 혼란스러워 하지 마세요. 고교 수학 범위 내의 문제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잘 적용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는 확신을 가지세요. 그리고 어느 단원 문제인지, 문제가 내건 조건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쓰면 될지 생각해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최 교사는 중'하위권인 학생 경우 기본 개념 공부를 바탕으로 많은 문제를 푸는 데 욕심을 내기보다 교과서 각 단원의 예제, 핵심 유형 문제를 반복해 푸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교 수학은 절대로 어려운 학문이 아닙니다. 충분히 연습만 한다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요. 특히 A형 경우 80% 정도의 문제는 교과서의 기본 개념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특정한 단원을 포기하지 말고 쉬운 단원은 깊게, 어려운 단원은 개념을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기출문제 유형을 익힌다면 놀랄 만한 점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꼽는 수학 학습 방법은? 대륜고 이승훈'권재욱 군
인문계열 학생들 가운데는 수학에 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계열을 구분할 무렵 수학 때문에 자연계열을 선택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륜고 2학년 이승훈 군은 인문계열임에도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 수학이다. 이 군이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어하는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수학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군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셈이다.
이 군이 제시하는 수학 학습 방법은 한 마디로 학교 수업에 충실하는 것이다. 선행학습으로 이미 본 내용이라 해도 혼자 수업 내용과 다른 부분을 공부하지 않고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수업 시간 전 배울 단원의 문제를 미리 살펴보고 수업 때 문제를 푸는 시간을 주면 다시 풀어 봅니다. 선생님의 해설도 주의깊게 듣습니다. 수업 후에는 적어둔 문제 풀이 과정을 모두 지우고 한 번 더 정리해보죠. 한 문제를 최소한 세 번씩 보는 거죠. 이렇게 하면 학습한 내용을 쉽게 잊지 않습니다."
수학을 잘한다고 해도 이 군에게도 약한 부분은 있다. 학습을 하다가도 행렬에 관한 문제가 나오면 막히곤 한다. 시간 여유가 있는 겨울방학 동안 행렬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이 군의 목표다.
의예과 지망생인 자연계열 2학년 권재욱 군에겐 수학이 가장 재미 있는 과목이다. "한참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이 크다는 점이 매력이죠. 때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끈질기게 매달려야 하는 점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한 답을 내는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권 군이 제시하는 수학 학습 방법도 이 군처럼 특별난 것이 아니다. 학교 수업 때 교사가 설명하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뒤 가급적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시험을 치거나 문제집을 푼 뒤에도 별도로 오답노트는 만들지 않아요. 틀린 문제들을 형광펜으로 표시해두는 정도에요. 핵심은 자신이 다시 봐야 할 내용을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느냐니까요. 겨울방학 동안 표시한 부분을 한 번씩 다시 볼 예정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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