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녹이는 신자들의 '천상 하모니'

입력 2013-01-19 07:53:26

지역 첫 폴리포니 앙상블 '무지카 우니카'

전국 두 번째, 지역 첫 폴리포니 앙상블
전국 두 번째, 지역 첫 폴리포니 앙상블 '무지카 우니카'(Musica Unica'라틴어) 단원들. 앞줄 가운데가 이양숙 지휘자. 25일 성 김대건 성당에서 6년 만에 첫 정기연주회를 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성당의 신자들이 모여, 목소리만으로 천상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전국 두 번째, 지역 첫 폴리포니 앙상블 '무지카 우니카'(Musica Unica'라틴어, 음악으로 하나가 된 연합)는 25일 오후 8시 성 김대건 성당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한다. 창단 6년 만에 가지는 의미 있는 연주회다.

'폴리포니'(Poly Phony)란 인위적인 악기 소리를 배제하고, 순수한 육성으로만 노래하는 무반주 다성음악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교회 전례용 음악으로 널리 사용됐다. 흔히 말하는 무반주 합창 '아카펠라'와도 유사하다. 다만, 대중가요와는 다른 묵상곡 위주의 종교음악이다.

◆'무지카 우니카'의 탄생과 비화

'무지카 우니카'는 탄생 비화부터 단원들이 제각각 사는 곳과 소속 성당, 직업, 각각의 관계 등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양숙(58'데레사) 지휘자가 이 묘하게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낸 주역이다. 이 지휘자는 6년 전 몇몇 본당에서 음악 발성을 가르치고자 방문했는데, 목소리가 좋고 음악적인 재능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 있어 이들을 모아 남성중창단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이 지휘자는 대구지역 내 여러 본당을 수소문해 재능있는 단원들을 스카우트해 오고, 중간에 단원들을 교체하는 등 숱한 어려움 속에 지난해 말 품격있는 폴리포니 앙상블로 구성해낸 것이다. 그는 "앞으로 단원을 22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성격적으로 잘 맞는 분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5명의 단원은 나이, 직업, 주소, 소속 성당 등이 제각각이다. 15명의 단원은 대구대교구 내 13개 성당 출신이다. 사는 곳도 칠곡에서부터 달성 다사, 용계, 대덕 등 대구시내 동서남북 등지로 흩어져 있다. 직업도 공무원, 사업가, 보험설계사, 건축가, 택배회사 근무, 광케이블 회사 근무, 그래픽 디자이너, 법무사 사무실 근무 등 각양각색이다. 문대환(49'시몬) 단장과 문진환(43'요셉) 단원은 형제지간이며, 허원종(48'세례자 요한), 김은도(35'요한) 단원은 동서지간이다.

◆끈끈한 결속력, 봉사활동에도 적극적

'무지카 우니카'는 6년간 시립희망원, 관덕정 등을 비롯해 여러 본당에서 미사봉헌 및 음악 미사, 음악피정 등의 활동을 하면서 끈끈한 결속력을 다져왔다. 2011년 말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신부'수녀를 비롯한 가족 및 지인들을 모시고 '광야의 소리' 가족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성구(사도 요한) 신부와 김도율(요셉) 신부를 지도신부로 모시고, 가톨릭 성음악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문대환 단장은 "소속 성당, 사는 곳이 달라도 단원들 간의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카운터 테너,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 각자 맡은 파트가 잘 어우러진 멋진 폴리포니 음악을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주말에 모여서 연습을 했는데, 연주회를 앞두고 주중에도 큰고개 성당, 성 김대건 성당 등에 모여서 화음을 맞추고 있다. 김은도 단원은 "근무하는 직장에서 월요병이 사라졌다"며 "매주 월요일 단원들과 만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오히려 월요일을 더 즐겁게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 중 최고 연장자인 이재명(59'바오로) 단원은 "월 2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는데, 연습이 끝난 후 단원들 간의 회식시간은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좋아했다. 권병하(41'미카엘) 제1대 단장은 "티격태격 싸울 때도 속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어 흐뭇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한편, 이번 정기연주회에는 ▷평화를 구하는 기도 ▷마리아 가시숲길 걸어왔네 ▷용서 ▷성모송 ▷아베 마리아 ▷너희 모두 날 사랑하면 ▷이사야 말씀하신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 바람 되어 등 다양한 그레고리안 성가와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진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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