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방아 찧어도 툭툭 털고 "내게도 오뚝이 정신"
추위가 반가운 곳이 있다. 바로 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이다. 앉은뱅이 썰매를 타고 얼음 위를 달린다. 볼과 귀가 빨개질 만큼 추워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끄러지고, 나뒹굴어도 신나고 재미있다. 얼음판은 이들의 천국이다.
"이야~ 와~."
이달 11일 성주군 선남면 장학리 은점썰매장.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썰매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다. 누가 빨리 얼음을 지치는지 경주를 하는 아이도 있고, 친구끼리 한 줄로 쭉 늘어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도 보인다. 아이들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두꺼운 겉옷에 털모자와 목도리를 칭칭 감은 아이들은 몸이 다소 무거워 보였지만 얼음판 위에서만큼은 가볍고, 경쾌한 모습이었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난다. 칼바람 추위에 덜덜 떨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춥지 않아요. 신나고 재미있어요. 방학이라 지겹고 답답해서 엄마를 졸라 왔는데 기분이 좋아졌어요.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렸어요. 엄마는 집에 가면 공부해야 된다고 하는데, 글쎄요. 내일 또 오고 싶어요."
김대영(11'대구 달서구 이곡동) 군은 얼음썰매 타기에 매료됐다. 도시에서 자라 썰매가 촌스럽고 재미없을 것이란 선입견이 단번에 사라졌다. 대영 군은 엄마 말 잘 들어 주말에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아(10'대구 북구 읍내동) 양 역시 "스릴도 있고 운동도 돼요. 열심히 얼음을 지치다 보면 땀이 날 정도죠. 기분도 좋아지고요. 컴퓨터도 재미있지만 얼음썰매도 재미있네요." 단아 양 어머니 신동희 씨는 "아이들이 신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해지네요. 공부만 하라고 해서. 저 역시 어릴 적 생각이 나고 낭만도 있어 기본전환이 된 것 같다"며 겨울 끝나기 전에 몇 번 더 와야겠다고 했다.
이달 3일 개장한 대구 수성구 진밭골 대덕지 자연얼음썰매장에도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인규(10'대구 수성구 지산동) 군은 "지난겨울에는 부모님과 함께 대구 인근 썰매장엘 갔는데 가까운 곳에 얼음썰매장이 생겨 너무 좋다"며 "이제 공부가 지겹거나 심심하면 썰매장에 간다"고 말했다.
도심 스케이트장에도 방안을 박차고 나온 아이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달 15일 개장한 대봉교 아래 신천둔치에 마련된 신천스케이트장. 스케이트를 타러 온 사람들로 만원이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어른들도 얼음판 위를 씽씽 달리며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추위를 녹이는 연인들의 정겨운 모습도 눈에 띈다. 빙판 위에서 처음 타는 초보자, 아빠와 딸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넘어질 듯 아슬아슬 스케이트를 타는 꼬맹이도 눈에 띈다. 처음 걸음마를 배우듯, 아빠 손을 잡고 조심조심 날을 세워보지만 결국 '꽈당' 하고 넘어진다. 그 옆을 큰아이들은 씽씽 질주한다.
서승아(12'대구 남구 봉덕동) 양은 "처음 타보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다들 춥다고 하는데 용을 써 가면서 몇 바퀴 돌고 나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발도 손도 시리지 않다"고 했으며, 김동균(11) 군 역시 "무료라 매일 온다. 스케이트를 타고 나면 몸도 가뿐해지고 집중력이 생겨 공부가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어른들도 신나게 뛰놀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박경미(36'여) 씨는 "딸 둘이랑 같이 왔는데 재미있네요. 신천의 매서운 칼바람에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가 엉덩방아를 찧어도 즐거워하니 저 역시 즐겁다"고 말했다. 신천스케이트장 입장료는 무료이고, 스케이트화 대여료는 시간당 1천원이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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