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대구 달성군 현풍면)
겨울에 좀처럼 눈을 보기가 힘들었던 대구에도 올겨울 들어 눈이 자주 내린다. 눈 많이 오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본다.
눈이 내리면 우리들에게는 무척 즐거운 날이다. 바로 토끼잡이를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날이 밝자마자 우리들은 마을 입구에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마치 전투를 하러 가는 듯 무장을 하고 작전은 시작된다.
발이 얼지 않게 양말을 몇 켤레씩 신는 것은 물론이고 긴 장화에 긴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각자 준비를 완벽하게 한 다음 산으로 산으로 전투대형을 갖추고 올라간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쳐나가며 토끼 굴을 찾아 나선다. 토끼가 숨어 있을 만한 굴이라고 의심이 되면 전투대형을 갖추고 살금살금 포위망을 좁혀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퍼드덕 하면서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쏜살같이 도망을 간다. 모두 열심히 토끼를 쫓아가지만 토끼는 우리들의 포위망을 피하여 순식간에 도망친다. 토끼 한 마리를 잡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전투 태세를 갖춘 토끼잡이의 명수들이다.
뒷다리가 긴 토끼는 가파른 산길은 잘 올라가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잘 달아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이런 약점을 노려 우리는 토끼잡이 전투에서 전과를 올린다.
이제 어느덧 30여 년이 지나버렸다. 그때 같이 토끼를 잡으러 간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이 오니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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