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젖줄' 따라 달리고 또 달리고
오전 5시에 영산강 종주를 위해 길을 나섰다. 목포까지 가야 하는 길이라 일찍 서둘렀다. 담양댐에서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또 다른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영산강은 우리나라 4대 강이면서 남도에서 시작돼 남도에서 끝이 나는 가장 남도다운 강으로 남도의 젖줄이라고 불린다. 특히 죽산보는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배나들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100t급 황포돛배가 다닐 수 있다고 한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모두들 한가족처럼 인사를 나누었다. 아침부터 녹색 빛깔을 띤 예쁘장한 뱀이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전에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그 녀석들도 반갑게 보인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는 그 유명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이었다. 정말 감탄사가 그냥 나왔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만들었을까. 정말 아름답고 울창한 숲길이었다.
사진만 찍고 오려니까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는 미련이 생겼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와보고 싶었다. 전라도 쪽에는 경상도에 비해 들이 넓고, 그리고 강 또한 맑고 깨끗했다. 오다가 보니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가족끼리 다이빙을 하는 무리도 많았다. 그만큼 물이 깨끗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저 애들이 커서 나중에는 지금보다 더 맑은 물에서 아버지처럼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길 바라본다.
저 멀리 '여수엑스포'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시간이 부족해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가족들과 꼭 오고 싶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조금만 더 달리면 목포에 도착하게 된다. 갑자기 몸이 더 가벼워지고 마음이 흥분되었다. 벌써 저 멀리 영산강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바다에서 보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여행 종착지인 목포에 도착했다.
가슴속 한쪽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다. 그냥 갑자기 가슴이 먹먹한 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내가 해냈다, 해냈어." 나는 속으로 '윤혜정 너 진짜 대단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담양에서 시작해 오늘도 아무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했다.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던가.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지만 대자연을 벗 삼아 달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지쳤지만, 그래도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을 여행하고 좋은 추억을 가져가니까. 목포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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