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노래를 선사하면 매우 기뻐해요. 작은 음악 봉사이지만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4일 오후 2시 대구의료원 본관 5층 정신병동 로비. 검정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애잔한 노래로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 반주에 맞춘 '사랑', '남자라는 이유로', '강촌에 살고 싶어라' 등 귓전에 익은 유행가들이다. 환자 30여 명은 의자에 앉아 노래를 경청하면서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환자들도 직접 무대로 나와 '너를 위해', '반성문', '자옥아' 등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노래 선율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노래하는 목사'로 알려진 이성도(54) 목사. 이 목사는 매월 두 차례 대구의료원 정신병동을 찾아 환자들을 대상로 음악 치료를 하고 있다. 이 목사는 교회 밖으로 나와 낮은 곳을 향하는 목회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
"정신적 장애나 알코올 중독자들과 함께한 무대가 벌써 2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자리를 뜨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환자들이 무대에 적응해 노래를 더 좋아해요."
노래 실력이 수준급인 이 목사는 이제 환자들이 기달릴 만큼 인기 가수가 됐다. 이 목사는 환자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심리적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하루 빨리 사회에 복귀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목사의 노래 봉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목사는 매월 한 번씩 대구 수성구 범물복지관도 찾는다. 소외된 노인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벌써 3년이 넘었다. 노인들은 처음에 목사가 무슨 노래 봉사를 하느냐며 의아해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지금은 노인들이 오히려 이 목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복지관 노인들에게 '설거지 하는 목사'로도 통한다. 매주 목'금요일 점심시간에 앞치마를 두르고 3시간 동안 잔반 처리, 그릇 씻기 등을 돕고 있다. 또 대구역 아침밥 노숙자 설거지 봉사도 2년째 해오고 있다.
이 씨는 운동도 잘한다. 중학생 땐 탁구 선수, 고등학교 땐 배구 선수 활동을 했다. 당구도 에버리지가 400이 넘는다.
이 목사는 매월 3, 4차례 경주장애인체육관을 찾아 장애인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 경기도 함께 하고 있다. 봉덕3동사무소에선 매주 목요일 노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3년째 탁구를 지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목사는 경주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해 7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수용자 10명과 자매결연을 하고 음식 나누기와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출소자들을 위해 '사랑의 밥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수용자들이 출소하면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면서 사회에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목사는 교회 밖에서 봉사하는 시간이 한 달에 70∼80시간 될 정도 왕성한 봉사를 하고 있다.
1991년 목사 안수를 받은 이 목사는 지난해 11월 다함교회를 개척했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하는 '다함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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