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입력 2013-01-14 07:27:22

새해부터 시작된 매서운 한파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의 전형적인 형태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없어진 것 같다. 주택가 이면도로와 골목길, 인도 곳곳에는 지난해 내린 폭설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 있다.

처음 내린 눈은 아름다웠으나 미처 녹지 못한 눈은 추함을 더해 간다. 환자 중에서도 한 분은 빙판길에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은 경우도 있고, 몇 명은 치과 치료 약속을 미루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택가 빙판길에 미끄러진 40대 장애인이 머리를 다친 후 입원했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했다. 빨리 따뜻해져 골목길의 눈도 녹고 우리네 마음에 남은 지난해의 찌꺼기들도 녹아 없어지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계사년 새해를 맞아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이 선정됐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 것의 폐잔도 미리 봐야한다고 하니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진정한 사자성어인 것 같다.

이외에도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자는 불교사상을 뜻하는 '원융회통'(圓融會通)과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새해에는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치면서 논쟁을 화합해 서민들이 즐거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최근 치과에서도 새로운 장비나 기구를 구입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나도 이러한 제구포신의 뜻을 생각하면서 낡은 기구와 장비를 정리하고 새로운 기구와 장비를 구입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전의 낡은 것의 가치를 생각하기도 전에 새 것만 찾은 잘못일 것이다. 그리고 예전과는 달리 한 살을 더하니 머리와 손과의 거리가 더 멀어진 탓일 것이다. 아직도 글을 적는 데에는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고 완성이 되면 컴퓨터 작업을 다시 하는 것을 보아 머리는 예전에 있는데 손만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올해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손만 새로워지지 말고 머리의 묵은 치료 생각부터 새롭고 스마트한 생각들로 채워야겠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전해져 편안하고 즐거움을 함께하는 치과가 될 길 기원해 본다.장성용 민들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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