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생 문화 잡지 '모디'를 만들기 전, 모디를 같이 시작한 선배와 왜 모디가 '대구경북 지역의 대학생'을 우리 잡지의 독자로 설정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를 비교적 오래 다닌 선배는 자연스레 '대학생'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자주 나누었죠.
선배는 그날 저에게 '대구경북 지역에만 30만 명에 가까운 대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전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지역 내 '경북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자기 학교 외에는 다른 대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소위 경북대학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교이니까요. 혹, 다른 대학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 대학은 서울권의 대학이겠죠. 저 역시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나와 같은 지역에서 30만 명의 사람이 같은 고민과 같은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방대로서의 설움, 취업에 대한 걱정, 학점에 대한 고민, 학업에 대한 욕심. 이 중 어느 하나도 다른 것이 없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30만 명에 가까운 대학생이 살고 있어도, 다른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에 대한 낯섦이 아직 많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에 대해선 무관심한 거죠.
서울의 대학생들은 다른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쉽게 만나고, 함께 움직인다 들었습니다. 대학이 주변에 많이 있는 홍대나 신촌과 같은 곳에선 거부감 없이, 관심사만 같다면 쉽게 만나는 겁니다.
반면 우리는 스터디나 동아리를 만들더라도, 다른 대학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뭘 해보겠다는 생각도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구도 서울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과 비교한다면, 대학과 대학 사이의 거리가 제법 가까운 편입니다. 근래 영남대 앞에 지하철이 생겨서, 시간적 거리로는 이젠 더 가까워진 셈이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작년 대구경북을 범위로 하는 대학생 문화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의 소통 매체가 되어보자고 말입니다. 분명 '우리'는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데, 대체 우리는 누구인지, 우리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한 번 들여다보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만나고, 또 '우리'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막상 시작하니,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것들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대학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은 것들로 떠오르더군요. 기존의 잡지들, 지역에 나오는 잡지들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거대하고 세련된 것들로 가득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최선이자, 가장 현실적인 대답은 바로 '우리에서 시작하자'였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부터 소소하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직접 만나면서, 주변엔 재미있는 사람도, 또 재미있는 일도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진정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 듯합니다. 그렇게 '모디'를 하는 의미가 더 와 닿고, 이해되고 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청년들이 벌이는 재미난 소식이 많이 들려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힘인지, 아니면 제가 이제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몰라도 자주 청년들이 모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만남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만나야 뭘 하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각자의 방에서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나와 이야기하고 꿈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올해는 분명 대구 젊은 청년들의 만남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왜냐고요? 모디가 있잖아요!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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