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일요시네마 '앵무새 죽이기' 13일 오후 2시 30분

입력 2013-01-12 08:00:00

대공황 직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의 암울하고 궁핍했던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의 어느 작은 마을. 흑인 청년 톰 로빈슨이 백인 처녀 강간 혐의로 피소된다. 아내를 잃고 두 자녀와 함께 사는 애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펙 분)는 존경받는 마을의 변호사로 톰의 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인종적 편견으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건의 전말은 백인 처녀가 흑인 청년을 유혹하다가 아버지에게 들키자 그녀의 아버지가 흑인 청년을 강간범으로 신고한 것이었지만 흑인을 혐오하는 마을의 백인들은 진실을 외면할 뿐이다. 핀치는 부당한 혐의를 뒤집어쓴 톰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재판 전부터 톰을 강간범이라고 못 박아버린 마을 사람들은 핀치를 직접적으로 협박하기에 이른다. 재판 당일,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과 어린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핀치는 톰을 구해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한다.

1960년에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앵무새 죽이기'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앵무새 사냥을 의미하는데, 극 중에서 어른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핀치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일깨워준다. 또한 이 앵무새는 톰과 같은 힘없는 흑인이나 소외받는 가난한 사람을 상징한다. 영화는 톰 로빈슨 사건을 통해 '인종적 편견'을 비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앵무새인 부 래들리(로버트 듀발 분)를 등장시켜 좀 더 일반적인, '인간적 편견'에 대한 비판까지 가하고 있다. 작품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애티커스의 두 자녀에 대한 남다른 교육방식이다. 자유롭게 키우되 아이들의 잘못은 권위와 명령보다는 설득과 타협으로 타이르고, 말보다는 행동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애티커스의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영화의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러닝타임 129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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