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동서양 5천년 이어준 가교…『차의 세계사』

입력 2013-01-12 08:00:00

차의 세계사/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조미라'김라현 옮김/ 열린세상 펴냄

5천 년을 관통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을 이어주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상품이 '차'다. 차는 어떤 지역에서는 기호품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기도 하다. 차 때문에 역사가 바뀐 사례도 많다. 이 책은 차의 기원부터 전파 그리고 진화에 이르기까지 차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동양에서 치료제와 정신수양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차가 서양에서 일개 상품으로 전락한 배경, 역사적 사건들 속 차에 관련된 개별적인 일화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차의 역사적'문화적 측면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베아트리스 호헤네거는 지난 10년간 차의 역사를 연구하고 미국의 박물관에서 여러 차례 차에 관한 전시회를 기획했으며,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그리고 세계적인 차 생산지인 인도의 아삼에서 차에 관한 자료와 도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로마 태생이며 역사학과 철학, 종교학 등을 전공했다. 현재 파리에 살면서 작가, 사진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차는 수천 년 동안 세계사에서 동서양을 오가며 의료, 정치, 예술, 문화, 종교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차는 배반과 폭력, 밀수, 아편, 국제적인 스파이행위, 노예 그리고 혁명에 영향을 미쳤다.

2004년 통계지만 세계의 차 생산량은 320만 톤에 이른다. 40년 전 생산량의 3배다. 지구상에서 매일 38억 잔의 차가 마셔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 세계 음료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차는 이미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차는 중국에서 처음에는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며, 도교에서는 차가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칭송되었다. 또한 일본의 불교는 차를 정신적인 수양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 그런데 이렇게 세련된 동양의 문화가 서양의 탐욕스런 상인들에 의해 오염되어 무역 전쟁의 빌미가 되었으며, 동인도 회사의 출현으로 여러 나라가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자유무역이란 이름으로 영국은 차를 수입하기 위해 중국에 아편을 수출했다. 아편전쟁으로 불리는 이 전쟁을 계기로 종이호랑이 중국은 서양 열강의 먹이가 됐다. 또한 18세기에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차 무역은 홍차에 넣는 설탕 생산을 위해 노예무역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영국에서 차가 대중화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국인들의 음료문화를 대표하는 알코올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이 책은 17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서양의 찻집에서 여성들이 배제됐던 이유, 차에서 물의 중요성과 같은 잡다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 티 테이스터의 세계와 차의 공정무역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흑차, 홍차, 옐로우차, 녹차, 흰차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들에서 차에 관련된 개별적인 일화, 다양한 이야기와 설화가 만나는 것을 비롯해 차의 유럽으로의 전래, 다른 일용품들과의 뜻밖의 관계 같은 것도 소개한다. 티 머니, 티 피(팁), 티 레이스, 하이 티, 로우 티, 에프터눈 티와 같은 차에 관련된 잡다한 용어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차 무역에 관련된 동시대적인 이슈와 환경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404쪽, 2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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