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처럼/김병일 지음/글항아리 펴냄
여성을 받든 유학자, 조선 유학의 종장이 된 퇴계 이황의 삶을 재조명하며 그의 섬김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퇴계의 삶에 대한 명언과 지침 등 현장을 보존한 풍부한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올해부터 새롭게 기획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의 시리즈 첫 작품이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퇴계 이황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최고의 리더십을 보여준 퇴계의 삶을 그의 일상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퇴계와 여성의 만남을 통해 유학자 퇴계가 아닌 자연인 퇴계의 인성에 깃든 섬김의 리더십을 발견하고자 했다.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 등 30년 넘게 경제관료로 공직에 있었으며,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안동에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퇴계의 새로운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며 "퇴계가 당시 평소 실천했던 겸손과 배려, 희생정신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퇴계는 상대가 여자이든 비천하든, 그 누구든지 간에 자신을 낮춤으로써 결국은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 이론가이자 실천가다. 이 책은 퇴계와 여인의 만남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퇴계와 여성의 만남을 크게 '퇴계가 섬긴 여인들'과 '퇴계를 만든 여인들'로 구분하고 있다.
이 여성들 중 특히 퇴계의 어머니 춘천 박씨가 두드러진다. 퇴계의 어머니는 자식이 일곱 딸린 서른셋의 과부로 시어머니를 모시는 상황에서도 막내 퇴계를 잘 키워냈다. 박 씨는 이런 말도 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아이를 별로 가르치지 않았지만…."
퇴계에겐 할머니, 어머니, 첫째 부인, 둘째 부인, 며느리, 손자며느리로 이어지는 집안의 여성들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또한 퇴계에게 영향을 받는다. 퇴계는 지배하기보다 섬김으로써 오히려 다스릴 수 있는 고차원적인 윤리와 철학을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깨달았다.
이 책의 구성은 제1장 퇴계가 받든 여인들(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 장모), 제2장 퇴계를 만든 여인들(어머니 춘천 박씨, 할머니 영양 김씨), 제3장 퇴계, 백성을 받들다, 총 3장이다. 퇴계는 집안의 여성들을 섬김으로써, 백성들의 삶 깊숙한 곳에서 그들과 함께 밥과 반찬을 먹고, 아랫사람을 먼저 받드는 유학자로서의 삶을 완성해갔다. 216쪽, 1만3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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