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승객 만나면 내려서 돕는 게 당연"
"시민의 발인 버스 기사는 친절이 최고의 덕목입니다. 승차하는 손님에게 인사는 기본이고 무거운 물건도 들어 올려주지요."
10일 오후 3시쯤 대구 범물동 용지아파트 입구 버스정류소. 저상버스인 403번 시내버스가 정차하자 휠체어를 탄 50대 남자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고 한다. 버스기사는 차를 인도에 바짝 붙이고 나서 버스 문을 열고 휠체어가 버스에 올라올 수 있도록 발판을 내린다. 버스기사는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잡고 장애인이 안전하게 승차하도록 돕는다. 기사는 장애인을 버스 한 쪽에 앉히고 어디까지 가는지 목적지를 물어본다.
대구에서 친절하기로 소문난 버스 운전기사 김하곤(55) 씨. 그는 최근 대구 교통문화대상에서 친절 부문 본상을 받은 주인공이다. 경산에 있는 세진교통에 근무하는 그는 버스 운전만 벌써 26년이 넘었고 지금껏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모범기사 중 모범기사다. 그는 시지 사월보성에서 북구 조야동 노선을 운행하는 403번 저상버스 운전대를 4년째 잡고 있다.
"새벽에 출근하면서 먼저 친절을 되뇌고 운전대를 잡아요. 손님을 가족처럼 오늘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서죠. 손님이 타면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게 습관처럼 돼버렸어요."
그가 운행하는 노선의 버스정류소는 30여 곳.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범물동 용지아파트를 거치다 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차가 종종 있다. 장애인 승차 땐 출발이 좀 늦더라도 안전한 승차를 돕고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또 버스는 칠성시장과 수성시장도 거친다. 다른 노선보다 시장을 본 나이 많은 노인의 승차가 많다. 그는 노인들의 짐을 올려주고 내려주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몸이 불편한 노약자는 손을 잡고 승차를 도와줘 승객들 사이에는 '효자 기사 아저씨'로 통하고 있다. 버스정류장마다 그가 전한 따뜻한 사랑은 헤아릴 수도 없다.
"한 번은 칠성시장에서 짐을 든 70대 할머니를 승차시켜 범물동까지 태워주었어요. 버스 기점인 시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 할머니가 버스정류소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고맙다는 표시로 음료수를 건네 정말 마음이 짠했어요."
이 노선은 도시철도 3호선 공사현장과 겹치는 구간과 좁은 도로가 많아 대부분 기사들이 운전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소외받는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즐겁게 임하고 있다.
그는 본업인 운전 이외에 손재주가 뛰어나 동료 기사들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있다. 집수리와 보일러 교체, 전기설비, 인테리어 등 못 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운전의 힘겨움 속에서도 동료가 부탁하면 쉬는 날 노력봉사를 아끼지 않는다. 또 장애인 시설을 찾아 수년간 시설이나 전기수리 봉사도 해왔다. 그는 모범 기사로 그동안 대구시장상, 경찰서장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김 씨는 "버스 운전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직업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운전대를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친절한 버스기사로 시민의 마음속에 남겠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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