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문학관 아방궁 논란 이외수

입력 2013-01-11 07:05:33

"팔로어 150만은 행복…하지만 나는 반성하는 트위터 대통령"

소설가 이외수 씨가 새해 벽두부터 '아방궁'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 화천군이 100억원을 투입, 조성한 이외수문학관 등이 위치한 '감성마을'에 살고 있는 이 씨에 대해 지난 대선 때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윤정훈 목사 등이 트위터를 통해 "국민 혈세로 지어진 화천군의 시설에 살면서 전교조 출신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이 씨는 즉시 퇴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방궁 논란이 빚어졌다.

논란이 증폭되던 7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799번지에 위치한 이외수 문학관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2014 평창 스페셜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찾아와 이 씨를 스페셜올림픽 소셜미디어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최근 출소한 '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 부부도 찾아와 이 씨를 위로했다.

지난 대선 때 이 씨는 유력 대선 후보로부터 모두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아 지원을 요청했고 박 당선인은 선거공보물에 이 씨와 찍은 사진을 활용했다.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도 감성마을을 찾았고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이 씨의 신간 독자사인회에 찾아간 데 이어 대선 유세 때는 이 씨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문재인 삼행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씨는 어쩌다가 보수 성향 악플러들의 거센 공격을 받게 된 것일까.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도 하는데 그 친구들 덕분에 감성마을이 더 유명해졌다. 냉장고가 다섯 대나 있다며 호화생활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한 달에 찾아오는 손님이 400~500명이나 된다. 김치 담그는 일도 만만치 않다. (아내가) 고생 무지하게 한다. 속사정도 모르고 호화생활인 줄 알고 있다…."

-아방궁 논란이 빚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대선 때 나는 중립을 지켰다. 모든 후보들에게 똑같이 덕담을 해줬다. 문 후보는 제일 마지막에 '삼행시'를 지어달라고 했다. 지어달라니까 지어준 거다.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작가인데 장난스럽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그래서 자기들 콘셉트에 맞게 해줬다.(이 씨는 '문 밖에 있는 사람도 문 안에 있는 사람도. 재력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소서'라는 삼행시를 지어줬다.)

사실 박 후보에게는 제일 큰 걸 줬다. '어디를 가시든 참주인이 되소서'라는 뜻의 '수처작주'라는 글을 직접 써주고 낙관까지 찍어줬다. 문제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였다. 문 후보 측이 팔로어가 150만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아니다. 허세를 부린다'며 비하하길래 '그렇게 생각한다면 상대 후보를 밀겠다'고 했다. 이수호 후보가 전교조 위원장을 지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약력도 보지 않았다. 그랬더니 조직적으로 몰려와서는 '전교조 ×를 빠니까 달더냐' 이런 식의 욕설로 도배를 했다. 이런 무리들이 추종하는 사람이라면 교육의 수장이 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온갖 것 끄집어내서 화천군청과 강원도청 홈페이지까지 공격한다. 이것은 테러 수준이다."

-4월 총선 때는 이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진보 진영으로부터 지금과 똑같은 공격을 받았다.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무엇인가.

"나는 당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국회의원 같은 경우 그 지역사회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봤다. 우리 지역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한기호 후보를 지지한 것을 잘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지금껏 정치적 성향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저는 '인간답게 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제 이야기의 기저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층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참지 못한다. 그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운다. 트위터를 통해 시종일관 했던 것이 부정과 불의와 부패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똥이 무섭다고 피하면 되겠느냐. 누군가는 치워야 하고 그것을 더러워서 피한다는 핑계를 대면 온 세상이 '똥밭'이 된다."

-대다수 예술가들이 대선을 치르면서 문 전 후보 지지에 나섰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줄을 서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어쨌든 중립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부패에 대해 예민하다. 예술가들의 그런 행동은 부패를 염려하는 것으로 보고 정치적 성향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그분들이 독재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았던 역사를 갖고 있으니까 그런 역사의 재현에 대한 경고나 경계로 봐주는 것이 옳다.

김지하 시인이 그것을 여실히 말해준다. 그가 박 당선인에게 조언을 해준다든가 편을 들어준 것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지 정치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불의와 부패를 싫어할 것이라고 본다. 나를 공격하는 쪽에서는 내가 마치 (김지하가)변절했다고 말한 것처럼 몰아가는데 단 한 번도 나는 거기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다. 예술의 궁극은 아름다움 아닌가. 아름다움과 감동은 인간과 환경, 자연 이런 것들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이고 그것이 깨지거나 공격을 받았을 때의 저항은 남들보다 더 강하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선거가 끝났다. 우리 사회도 힐링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균형 있는 기용, 인사를 균형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선거 때 애쓴 사람을 공과에 따라 쓰는 것보다는 최근 말씀하신 대로 역량 중심으로 해서, 그것도 조화를 중시하는 그런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도 안심하고 지켜볼 것이다. 물론 '대통합'이라는 기치 안에서 조화로운 인사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잘못해서 정권 교체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강하다.

"저는 야당에 대한기대를 포기했다. 제로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다. 야당은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최악이다. 내가 60여 년 살면서 이번에 최악의 야당을 접한 것 같다.

(야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라든가 개인의 영달을 중시하는가 하면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듯한 인상만 보여줬다. 야당은 부조리와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서 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 다 '브라우니'(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강아지 인형)다. 가서 물라고 해도 물지 못하고 짖으라고 해도 짖지도 않았다.

야당은 어쨌든 크게 반성을 해야 한다. 자기네들 나름대로 대처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이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신선한 정당, 때묻지 않은 새로운 정당, 젊고 새로운 정당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민주당 틀로는 안 된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150만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데다 영향력도 막강하다.

"우리나라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있다. 한 명은 대통령, 한 명은 트통령. 한 명은 뽀통령. 나는 그 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뽀통령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께서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없다. 저 같은 경우, 거품도 많고 이번에 공격받으면서 반성도 많이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6시간 동안 트위터를 본다. 내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특별한 방법이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결시켜 준다. 그다음에는 화천군의 공적인 일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혈액을 구한다든가 등의 급한 일들을 처리한다. 150만의 팔로어를 갖고 있으면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팔로어는 30, 40대가 가장 많다. 내 연배(팔로어)가 가장 안 통한다. 감성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는 제 나이를 40대 초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기인' 이외수의 문학

-배고팠을 때 썼던 글과 요즘 쓰는 글은 다르지 않은가.

"아주 확연히 다르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쓴 '들개'라든가 이런 작품에서는 그것이 장편이든 단편이든 간에 작중인물이 철저한 고독 속에 처해 있었다. 또 절망과 좌절 자살 고립, 이것이 제 작품의 마지막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니체는 초인을 등장시켰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에 의존했고 카뮈는 존재와 자아 문제를 파고들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인생 전체가 좌절이고 절망이고 죽음인 양 받아들이게 한 것에 대해. 비참하게 죽는 것이 정해진 운명인 양 부르짖었다. 작가라면 구원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구원으로 하는가 공부하다가 우리 고유의 풍류도에 시선이 갔다. 그것으로 벽오금학도와 황금비늘을 내놓았더니 평론가들이 중국 도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하더라."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오행' 철학을 기저에 깐 작품을 쓰고 싶다. 우리나라는 '5'를 좋아한다. 오장, 오색, 오감, 오곡 등 우리는 5를 좋아한다. 우주의 성질이 다섯 가지라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 어떤 성질끼리 만나면 다치거나 흥하게 되고 상생하거나 상극이 된다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을 바탕에 깐 소설을 쓰고 싶다.

장편소설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같이 돈키호테라는 주인공과 추종하는 공주, 그리고 산초의 삼각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를 오각구도로 풀어내고 싶다. 물과 같은 인물, 불, 흙, 나무, 새와 같은 인물을 등장시켜서 만들어가는 사건과 삶의 모습을 구상하고 있다.

단편으로는 인칭대명사, 주어가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 주어가 없는 소설은 60여 매를 써 본 적이 있으니까 가능할 것 같다. 시도 수필도 아닌 지금까지 등장한 적이 없는 새로운 소설, 장르 파괴가 될 것이다."

-스스로 보통사람과 다른 기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보기에 세상 사람들이 기인 같다. 저는 그렇게 살라고 해도 못 산다. 꼬박꼬박 어떻게 출근하는가. 굉장한 것이다. 저도 그런 생활을 해봤다. 해봤는데 나도 힘들고 회사도 감당을 못 하더라.(그는 한때 춘천의 강원일보사에서 기자를 했고 학원 강사 생활을 한 적도 있다) 대개의 경우 회사가 나를 견디지 못하더라.(하하)… (사람들이)규칙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놀랍다. 나는 약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주 애매하게 시간을 정한다.

막연한 그런 삶을 사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고 그것이 합리적인 질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맞추는 것을 힘겨워한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서는 나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맞춰보려고 노력한다.

식구들은 그런 나를 굉장히 좋아한다. 참견도 구속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로 남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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