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시각 삶의 향기 전달
오후 내내 작업실 청소를 했다. 새해니까. 오래된 가구의 빛바랜 나무껍질들, 제대로 덮어 두지 않아 말라버린 석고 덩어리, 나뒹구는 아크릴 물감들을 선반에 나눠 넣으며 지난봄 전시를 떠올렸다. Hazy Actuality(모호한 실제). 내 그림의 전시 제목이다. 캔버스에 붙여진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의 기억조각들, 나무껍질들이 석고로 차단되면서 드러내는 각각의 결핍과 풍요로운 망각의 빛깔들로 채워지는 화면이 내 작업이다. 나는 저널리즘을 공부한 화가이다.
대학 시절 꿈꿨던 언론인의 로망.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이라 자축의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며 시민기자라는 나만의 생각을 정해야겠다는 포부에 설렘을 느꼈다. Actual Haze(실제적인 모호). 다름 아닌 내 전시 제목을 거꾸로 한 것이다. 기자는 모호해선 안 된다, 명확한 언어의, 조금은 딱딱한 아이디어꾼임이 분명할진대, 난 모호함의 향기를 풍기는 실제적인 기자의 심장을 지니겠다는 소소한 결심을 하고 있었다. 기이하지만 매력적인. 다가올 첫 기사 작성이 기대될 뿐이다.
전경심(44'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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