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맹점 힘겨루기…소비자만 골탕

입력 2013-01-07 11:34:16

무이자 할부 중단, 대형마트 곳곳서 실랑이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의 힘겨루기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가 전격 중단되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6일 수성구 한 대형마트. 곳곳에서 손님과 계산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몇몇 손님들은 물건을 가득 실은 카트를 계산대 앞에 내버려두고 그냥 가버리기도 했다.

주부 정은희(35) 씨는 "집들이가 있어 식료품을 많이 구입했는데 무이자 할부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감했다. 금액이 커 할 수 없이 수수료를 부담하고 할부로 결제하기는 했지만 왜 카드사와 유통업체 간 싸움의 불똥이 애꿎은 소비자에게 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 국내 주요 신용카드 업체들은 이달부터 연매출 1천억원 이상 대형 카드가맹점에 대해 무이자 할부 서비스 제공을 전격 중단했다. 면세점과 항공사, 통신사, 온라인쇼핑몰, 보험사 등의 일부 업체들도 무이자 할부 혜택이 없어졌다.

무이자 할부가 중단된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개정 시행한 여신전문금융업법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상시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을 통해 신용카드 무이자 수수료를 전액 부담해왔다. 하지만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 부담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포함되면서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갈등이 빚어졌다.

금융당국은 무이자 할부가 대형 가맹점의 매출을 늘리는 일종의 판촉 행사인 만큼 관련 비용도 카드사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 수수료 분담을 요구했지만 대형 가맹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무이자 할부가 중단됐다.

고객들에게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이자 할부가 중단되면서 소비자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들은 할부 수수료 비용까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뛰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무이자 할부 수수료까지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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