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를 잡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무줄 새총으로 잡을 수도 있고 산탄총으로 잡을 수도 있고 그물을 쳐서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다 그럴듯한 방법입니다.
'참새잡이'에서 참새는 하나의 '목적'이고 '목표'입니다. 참새라는 목표를 따내기 위해 동원되고 소요되는 새총과 그물은 '방법'이 됩니다. 만약 값진 옥(玉)돌을 던져 나무 위 참새를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 사람들은 정확하게 맞힌 솜씨에 감탄하기보다는 어리석음을 더 비웃을 것입니다. 추구하는 목표와 바라는 목적이 너무 가볍고, 이루려는 목표의 값어치가 방법의 값어치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결국 '옥돌로 참새 잡기'는 하찮은 것을 얻기 위해 정작 소중한 것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걸핏하면 옥돌로 참새 잡는 짓을 반복합니다.
생명은 옥돌에 비할 바가 아님에도 우리는 쉽게 건강과 생명을 까먹어 가면서 세속의 물질적 목표를 좇아 발버둥칩니다. 물론 생존을 위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생활을 이어야 하는 안타까운 '옥돌 던지기'도 있긴 합니다. 더 나쁜 것은 이기적 욕망을 얻고 누리기 위해 공동체의 가치까지 쉽게 내던지는 일입니다.
바로 우리가 선거를 치르며 그렇게들 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뽑는 일을 치르면서 우리는 너나없이 옥돌로 참새 잡는 짓들을 저질러 왔습니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패륜에 가까운 욕설과 악담을 주고받았습니다. 미운 감정은 충족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언어의 미덕, 화합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너무나 쉽게 내던진 것입니다. 제 딴엔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는 참새 한 마리보다 날려 보내버린 옥돌이 더 귀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해도 이미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 세대의 상처와 골은 깊어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옥돌로 참새 잡는 사람들이 알 만한 사람들, 힘깨나 쓰는 사람 중에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예를 들어 봅니다.
서울의 구의회 의원들은 연봉이 7천만 원이 넘는 구청이 수두룩합니다. 그들에게서 '참새'란 구청의 예산을 알뜰히 쓰도록 조정 감시하는 역할의 가치입니다. 그러나 서울 어느 구청 경우 의원 월급 등 구의회 유지 비용이 연간 50억 원인데 직접 감독 조정할 예산은 고작 90억 원이라고 합니다. 90억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나 안 쓰나 감독하는 비용이 50억 원인 셈입니다. 참새 한 마리 잡자고 다이아몬드 알맹이를 던지는 꼴입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 청년특별위원회니 국민통합위원회 같은 게 생겼다기에 꺼내보는 말이지만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전국 시'도, 군'구에 설치된 '위원회'는 1만 7천801개나 됩니다. 그러나 그들 위원회 중 24%는 1년 내내 회의 한 번 안 하는 '유령위원회'입니다. 위원회마다 '아동급식위원회, 교통개선위원회' 등 이름들은 그럴싸합니다. 2만 개 가까운 위원회들이 던져대는 옥돌에 비해 그들이 잡아낸 참새가 과연 몇 마리나 될까요. 24%가 유령이면 이미 '망국위원회'입니다. 새 정부의 새로운 위원회들은 달라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해보는 말입니다.
이제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대통령 팀은 벌써 증세(增稅) 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수조 원어치의 돌들을 던져 국민 복지라는 참새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새 정부가 과연 얼마나 적은 돌멩이로 더 많은 참새를 잡아낼지 모르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옥돌로 참새 잡는' 비효율적 조직과 제도와 의식부터 과감히 뜯어고치지 못한다면 또다시 옥돌만 아깝게 될 것입니다.
호텔 밀실에서 쪽지 예산 쑥덕쑥덕 갈라 먹은 뒤 자기네들 특권 법안은 털끝도 안 대고 국민 세금으로 해외 나들이부터 가는 망국적 국회도 의회제도 공부라는 작은 참새 핑계 대고 정치 도의와 양심이라는 큰 옥돌을 내던진 꼴입니다.
이제 새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 새해에는 참새만 한 작은 성과나 이기적 욕심에 쫓겨 옥돌 같은 공동체의 큰 가치를 가볍게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잘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의 개인적 삶에서도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이고 무엇이 헛된 삶의 방식인지를 살펴가며 사는 한 해가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나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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