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通] 캠퍼스 떠나는 前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소병욱 신부

입력 2013-01-05 07:14:49

제자 위해 혼신 다한 교육봉직 23년 '잘 가르치는 대학' 최고의 찬

소병욱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23년간 몸담았던 캠퍼스를 떠나는 진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수들의 사명감과 제자사랑을 거듭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소병욱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23년간 몸담았던 캠퍼스를 떠나는 진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수들의 사명감과 제자사랑을 거듭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소병욱(63)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이 4일 퇴임했다. 그는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과 의과대학의 교수, 교목실장, 부총장, 총장으로 봉직하며 지난 23년간 대구가톨릭대와 함께했다. 그가 총장직(24대)을 맡은 2009년 이후 대구가톨릭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3대 국책사업에 모두 선정되며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2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소 전 총장을 만나 정든 캠퍼스를 떠나는 소회를 들어봤다.

◆제자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자

"교수는 교육자요,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곧 '성직'(聖職)이고 거룩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교육자는 자신의 일을 잡(job)이 아니라 보케이션(vocation'聖召'하느님의 부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교육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 전 총장은 교수, 교직원 등 대학 관계자들에 대한 간절한 당부로 긴 소회를 대신했다. 대학 최고경영자인 총장으로서뿐 아니라 이 땅의 교육자로서 '교육자의 사명'을 거듭 강조했다. '제자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자'는 그의 역설에는 총장, 교육자, 가톨릭 사제로서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교수들이 편의주의, 온정주의, 대중영합주의에 빠져 교직을 입신양명과 생계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육자로서의 책무에 대한 강조는 이어졌다. "교육은 공식적 교육과 잠재적 교육이 있는데 그중 잠재적 교육에 속하는 학교의 좋은 전통, 교수의 가치관과 자질 등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더 이상 '선생은 있되 스승은 없다'는 말이 회자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소 전 총장의 이런 소명의식은 그가 취임 후 한결같이 추진한 '학생 중심주의'로 요약된다. 대학구성원의 모든 관심은 당연히 첫째도 학생, 둘째도 학생, 셋째도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슬로건이 '학생이 사랑받는 대학'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학점만 적당히 따고 졸업하도록 둬서야 되겠습니까. 학생들이 졸업할 때는 자신의 가치와 역량이 이만큼 자라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을 자식 이상으로 사랑하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자식 이상으로 사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해야 그나마 자식같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입학을 시켰으면 취업까지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학생중심의 대학을 만들려고 3G(Global & Multicultural, Green, Grand) 캠퍼스를 추구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추구와 다문화학습, 전인적 녹색복지와 그린에너지의 융'복합적 연구 등으로 요약되는 3G 캠퍼스는 대학의 모습을 크게 바꾸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취업'창업센터와 종합강의동이 새로 건립되고, 20채 이상의 1980년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산뜻하게 만들었다.

그는 교수들의 책임감을 주문하고자 대학 자체의 '교육인증평가원' 설립까지 검토했었노라고 얘기했다. 교육평가원은 학생이 받은 모든 교육프로그램이 학생의 역량 증진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를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조직. 교수(敎授)의 성과를 계량화하는 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 하는 논의와는 별개로 학생들에 대한 책무를 강조한 그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의 고충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니까 포기하지 맙시다. 어려워도 사람 키우는 일이 가장 보람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정직'성실한 인재를 키우자

소 전 총장은 특히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일화들이 있다. 소 전 총장이 1992년 무렵 의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칠 때다. 그가 맡은 의학용어 라틴어시험에서 학생 2명의 답안이 똑같아 알아보니 부정행위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해당 반 학생 20명 전원을 소집해 벌을 주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는 "지금도 그 반성문을 보관하고 있다. 나중에 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은 1995년 하양 캠퍼스로 옮겨와 근무할 때도 한 여학생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다 울렁거렸다고 말했다. 그 여학생이 규정대로 벌칙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사회는 대학에 어떤 인재를 요구할까요.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을 졸업했고, 전문지식을 많이 쌓아 학점이 우수하고, 외국어를 잘하는 데다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는, 그런 학생일까요. 아닙니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의 채용 방침을 자세히 보면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 전 총장은 윤리신학을 전공한 가톨릭 사제이다. 이 때문에 정직과 양심을 특히 강조한다. 취임하던 해 학습윤리가이드북을 만들어 전 학생에게 배포했다. 2011년에는 표절방지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사람의 논문이나 리포트를 베끼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2학기에는 25개 학과 1천200여 명이 동참해 무감독 시험 선포식을 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감독 없이 양심적으로 치렀다.

대구가톨릭대의 인성교육은 유명하다. 1996년 전국 대학 최초로 인성교육 전담부서(인성교육원)를 설치해 임종'장애'노인생애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고, 학습윤리'자원봉사'사회 및 직업윤리 같은 이론교육도 실시한다. 한 해 약 4천 명의 학생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대학 발전의 전기 마련

소 전 총장의 임기 동안 대구가톨릭대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0년 ACE(학부교육선진화) 사업에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최고의 찬사를 얻었고 4년간 약 120억원을 지원받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다. 교양교육원, 국가고사지원본부, 교수법혁신본부, 다문화교육원, 공직자양성센터, CEO양성센터, 글쓰기센터 등을 신설해 '잘 가르치는 대학'의 명성에 걸맞게 학부교육 선진화에 주력했다.

"ACE 사업 1년이 대학의 틀을 확 바꾸었습니다. 1차년도 평가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ACE 중의 ACE라고 했지요. 우리 대학의 교육역량이 높다는 걸 인정받은 것이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실제로 다른 대학의 ACE 사업 담당자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와서 우리 대학을 '숨은 진주'라고 했습니다."

ACE 사업 선정으로 캠퍼스는 더욱 역동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교수와 직원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학생들은 연구나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확대된 데다 장학금 혜택도 늘어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 상승했다.

학생 취업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0년 건립한 취업'창업센터를 중심으로 학년별 맞춤형 취업교육 실시, 취업준비특별반 운영, 취업교육교수들이 이끄는 실무교육과 지속적 상담, 취업지원 장학금 지급, 산학협력 활성화 등이 성과를 나타내며 2년 연속(2010~2011년) 대구경북 대형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2011년 고용노동부의 대학취업지원역량인증대학에 선정될 만큼 우수한 취업 인프라를 구축했고, 2011~2012년에는 정부의 해외취업프로그램에도 잇달아 선정돼 중남미 등 해외취업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하양 연장 사업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 전 총장은 지난해 경산권 5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및 순환선 구축을 위한 추진위원회'의 대표위원장을 맡아 지역 여론을 결집하는데 노력했다. 그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역민과 국회의원, 정당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사제로 돌아가며

대구가톨릭대는 2014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대경사학 1위권 달성과 제2창학 원년을 선포하려고 그동안 다져온 교육 내실화와 교육환경 현대화가 내년에는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단을 발족해 다양한 기념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23년간의 캠퍼스 생활을 떠나면 무슨 일을 할지 묻자 밝은 미소로 "총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주신 천직인 사제직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후임 총장으로 오시는 분이 경험 많고 든든한 분이어서 감사하다"고 말한 그는 후임 총장에게 드리려고 쓴 것이라며 32쪽짜리 보고서를 내보였다. 보고서 겉장에는 '학령인구 감소 대비책'이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는 대학 환경이 위기를 맞을수록 제자사랑이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신임교원 연수에서 이 말을 꼭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위해 내 전력을 쏟아붓자, 교육자로서 그만큼 보람스러운 일이 어디 있느냐"고.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소병욱 신부는=1949년 경상북도 칠곡 출신으로, 서울 성신고와 광주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했다. 이탈리아 라테란대 알퐁소대학원 윤리신학과에서 신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 서품을 시작으로 금호성당 주임신부, 대구가톨릭대 신학과'의학과 교수, 황금성당 주임신부, 성바울로성당 주임신부, 대구가톨릭대 교목실장, 대구가톨릭대 부총장, 큰고개성당 주임신부 등을 역임했다.

2009년 1월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대구가톨릭대 24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1년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았으며, 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삶의 윤리'(성바오로'1991), '생명윤리:기초부터 알자'(분도'1996), '자유와 충실'(바오로딸'1996'譯) 등이 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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