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서정록 지음/학고재 펴냄
우리와 같은 얼굴, 비슷한 언어 체계, 근로자들의 입국, 봉사활동의 대상 등 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많다. 그러나 몽골은 한때 세계 대제국을 만들어 호령했던 찬란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몽골제국을 세운 칭기즈칸.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땅 따먹기'의 전설이다. 그에 관해 대다수 사람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기동성이 뛰어난 말을 타고 다니며, 무자비하게 한 마을을 초토화하면서 영토를 넓힌 기마 민족의 전쟁 영웅 또는 1년 365일 전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식사시간조차 줄이고자 육포나 샤브샤브를 탄생시킨 원조격 인물.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칭기즈칸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전쟁광 칭기즈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면이다. 칭기즈칸은 몽골 사회를 짓누르던 귀족 중심의 신분제와 봉건주의를 타파하며, 귀족들이 누려오던 모든 권리를 평민들에게 돌려줬다. 칭기즈칸이 꿈꾸었던 것은 모든 사람이 능력에 따라 대접받는 새로운 민주사회였다.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영적인 지혜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는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인류사에 아시아 북방민족의 큰 획을 남긴 칭기즈칸을 재조명했다.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800년 전 몽골 고원에서 일어났던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되짚어보고, 하층 유목민들의 변화 요구를 받아들인 칭기즈칸이 어떻게 동시대 사람들을 사로잡고 원대한 꿈을 이뤘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칭기즈칸을 야만적인 군주, 기마 군단으로 세계를 정복한 자로 알고 있지만 그를 연구하면 할수록 정복 군주의 이미지와 달리 영적으로 심지가 깊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던 사상가적 기질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칭기즈칸의 진면목에 대해 소개하면 ▷전쟁터에서 병사들과 똑같이 식사하고, 똑같은 모포를 덮고, 이슬을 맞은 군주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대칸의 칭호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한 탈권위적 영웅 ▷순박하고 정직한 하층 유목민들에게 인간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평생동지 ▷말에 조금의 가식도 없었으며, 종교 지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참된 지도자 등이다. 이런 진면목 때문에 칭기즈칸은 800년이 흐른 지금도 몽골인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뢰와 추앙을 받으며 신화로 살아 있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제국을 일으킨 것을 혁명으로 본다. 귀족과 평민의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각자의 능력만큼 대접받는 새로운 세상을 연 인물이다. 1204년 선포한 천호제(千戶制)와 만호제(萬戶制)는 평등사회를 꿈꾼 혁명적 제도였다. 당시 전 세계가 봉건 체제하에서 신음하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는 경천동지할 대사건이었다. 정복자 칭기즈칸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은 신선하다. 599쪽, 2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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