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한승태 지음/ 시대의창 펴냄
이 책은 '대한민국 워킹푸어 잔혹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2007년부터 꽃게잡이 배, 돼지 농장, 비닐하우스, 편의점, 자동차 부품 공장 등의 노동 현장을 떠돌며 온몸으로 기록한 르포다. 숙소는 어느 정도 크기이며,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꿈은 무엇인지, 식사로는 어떤 음식이 나오고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여가는 어떻게 보내는지 등 깨알 같은 묘사로 가득하다. 저자는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누구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마지막 결론부에서 '우리도 퀴닝(Queening)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퀴닝'이란 체스에서 졸에 해당하는 폰이 한 칸 한 칸 전진해 상대 진영의 끝까지 도달하면 최고의 위치인 퀸과 지위를 바꿀 수 있는 것을 일컫는다.
가장 밑바닥에서 노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떠받히고 있는 이들. 그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열망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좀 더 따뜻한 방에 자고 싶고, 돼지똥 치우는 것보다 좀 더 깨끗한 일자리를 구하고 싶고, 밤샘 작업을 하지 않고도 한 달에 150만원 정도는 벌고 싶다는 소박한 것들이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체스판보다 나은 것이 없다. 고달픈 인생일지라도 노력하다 보면 인간다운 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선 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평생 졸에 머무르는 게 아닐까'라며 두렵다는 저자의 말은 이 세상 많은 이들이 함께 품고 있는 두려움이기도 할 것이다. 448쪽. 1만4천800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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