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조금 삐딱한 세계사

입력 2013-01-05 07:44:42

조금 삐딱한 세계사/원종우 지음/역사의 아침 펴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류의 역사가 발전만 거듭해 왔을까? 저자는 '아니다'고 답한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는 유일신 사상인 기독교의 배타성과 게르만족의 야만성이 유럽을 지배하면서 퇴행한 인문주의적 가치를 되찾아오기 위한 과정이었고, 현대의 전쟁과 야만은 근대의 유럽보다 퇴화한 정신의 결과물이라는 것. 또 유럽의 중세는 고대 로마시대의 지배방식보다 퇴행했으며,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은 광기와 무지의 소산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교황의 무오류성 관점이 횡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이 관점은 현재에도 '빨갱이 사냥' '이집트 전쟁' 등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한 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근대의 인간정신을 향해 나아가던 인류의 노력, 시행착오, 좌절, 성취의 역사와 그 중심에 있던 집단과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관점을 토대로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유럽을 탐험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발전'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과 '좌절의 극복'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꼬집는다. 후자의 관점을 통해 자칫 놓쳐버릴 수 있었던 '승자의 기록' 그 이면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승자의 기록이 남긴 환상에서 벗어나, 인류에게 수많은 오류가 있음을 직면해야 한다"며 "그 누구도 절대적 선이나 악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명함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캐나다와 영국, 오스트리아에서 10여 년간 살며 직접 부딪힌 현대 유럽의 삶 이야기를 곁들이며 한국인이 가진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나 백인의 친절함에 숨은 뜻, 백인 사회가 느린 이유, 영국 반전시위의 의미 등을 분석한다. 512쪽, 1만8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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