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며 정들었어요" 요리봉사 정희준 대표

입력 2013-01-04 14:27:15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빨리 정이 들려면 밥 한 끼를 같이 먹어보면 됩니다. 비록 조리법을 보면서 만든 음식이지만 정성스러운 마음과 손맛으로 사랑과 행복을 요리해 나눔을 함께 채우는 우리들의 밥상을 계속될 것입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친목모임에서 출발해 따뜻한 밥상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경북 싱글(소외이웃을 뜻함)을 위한 요리사랑 모임 천사의 날개'(이하 싱요사&사나래)의 정희준(27) 대표. 그는 나이에 비해 봉사와 나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사나래는 '천사의 날개'라는 순우리말의 변용어입니다. 선친께서 평소 이웃에 많은 것을 베푸셨고 저 역시 자라면서 받은 것을 소외 이웃과 나누고 싶어 요리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2006년 4월 출범한 싱요사&사나래는 아마추어 요리사 7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온라인 600여 명, 오프라인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규모가 커졌다.

싱요사&사나래의 활동은 기부와 봉사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인 1만5천원, 대학생 1만원, 고등학생 5천원 등 회원들의 회비를 전액 음식재료비로 사용한다. 자신이 낸 기부금을 직접 집행한다는 게 일반적인 기부와 다르다. 연간 요리봉사비용은 1천만원가량이다.

활동영역은 지역아동센터 3곳과 노인복지시설 1곳,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연대와 복지관,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그룹홈 등 모두 8곳으로 매월 둘째와 넷째 주말에 15명씩 한 조가 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경비는 월 50여만원이고 추가 비용은 정 대표 개인 기부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충당한다.

"우리 단체가 여러 시설에 알려지면서 요리봉사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싱요사&사나래 대학생 회원들은 성탄절 때 편부모가정에 산타로 변신해 방문하는 등 각종 축제행사를 통해 재능기부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밥 먹으면서 정 든다'는 말이 있죠. 정말 그래요.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아동센터 아이들도 한두 끼 함께 요리를 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금세 친해질 뿐만 아니라 언제 또 오느냐고 날짜를 손가락으로 꼽아봅니다. 아동센터의 특별행사 땐 도시락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싱요사&사나래는 회원 각자가 지닌 재능과 능력도 함께 제공한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멘토가 돼 과목별로 수업을 한다. 정 대표는 "처음엔 단순히 봉사 경험을 쌓기 위해 회원이 됐다가 누구보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회원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노인들을 위한 요리봉사엔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회원들의 아이디어로 몸에 좋은 재료를 첨가한 '보양 호박죽'을 만들고, 춤과 노래로 재롱 한마당을 펼치거나 꽃을 달아주고 편지를 쓰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 중에 우리를 마치 친자식처럼 여기며 회원 이름까지 기억하는 일도 있습니다. 정이 넘쳐나죠. 참된 봉사가 주는 행복을 알게 된 회원들은 주변 사람들을 많이 영입하기도 합니다."

20대 초반 혼자서 복지관 등을 찾아 봉사를 했던 정 대표는 싱요사&사나래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면서 꿈을 갖게 됐다. 현재 대학생 회원들이 직장인이 됐을 때 회비를 모아 사무실과 식당을 열어 소외이웃을 위한 급식을 매일 하겠다는 것.

"앞으로는 저 같은 봉사리더가 더 많이 생겨 대구에 싱요사&사나래 같은 단체가 더욱 불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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