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스쿠니 방화가 정치적 범죄인 이유 새겨야

입력 2013-01-04 11:06:59

중국과 일본이 각각 자기 나라로 보내 달라며 한국 정부에 요구했던 야스쿠니 신사 방화범 류창 씨의 일본 인도가 거절됐다. 일본이 요구한 범죄인 인도 청구 심사를 진행해 온 서울고법은 어제 류 씨의 방화를 일반 방화가 아닌 정치적 범죄로 규정하고 일본의 청구를 거부했다.

류 씨는 지난 2011년 2월 일본 야스쿠니 신사 신문(神門)에 불을 지른 인물이다. 이후 주한 일본 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징역 10월의 형을 살았다. 중국 국적인 류 씨의 외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였고 할아버지는 항일 투쟁을 벌이다 전사했다. 일제 수난의 가족사를 가진 류 씨는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을 보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류 씨가 택한 곳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곳엔 도조 히데키 등 일본 A급 전범만 14명이 합사돼 있다. 아직까지 일본 정치인들이 수시로 참배, 한국과 중국 등 전쟁 피해국들을 자극하는 곳이다.

법원은 류 씨의 방화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과 정책에 분노를 느끼고 이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류 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의 대외 침략을 주도한 전범을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라 정치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내놨다.

일본은 한국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왜곡된 교과서를 배우며 자란 전후 세대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대변되는 군국주의의 역사에 대해 모르거나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서도 미화를 일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왜 한국 법원이 류창의 방화를 정치적 범죄로 판단했는지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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