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오후 4시 50분. 국회 본청 정론관 앞에서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데 대해서다. 임기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이 대통령의 헌재소장 후보 지명이 곧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로 풀이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은 또다시 인 부적절한 박근혜식 인사"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인사는 실질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대구 출신, 경북고, 서울 법대 출신으로 전형적 TK인사"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어 이 후보자의 판결 내역을 거론하고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즉시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위한 적정한 인사를 다시 지명하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하지만, 그의 논평은 와 닿지 않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여야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대통합'을 외쳤다. 동서로 갈린 지역주의, 성별과 세대, 이념과 계층 간 갈등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일치된 힘으로 함께 극복하자고 외쳤다. 그 울림은 컸고, 보수와 진보, 여와 야 모두 역대 최대의 세 결집을 이뤄냈다. '대통합'을 이룰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적임자라 생각했던 것만 달랐지 지지하는 이유는 같았다. 박 당선자가 당선 직후 문재인 후보에게 국정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당선 인사에서 "대탕평으로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풀이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논평은 대의(大義)를 거스른 편협한 발상에 기인한다. 박 당선인과 동향이기 때문에, 박 당선인을 80% 이상 지지(대구 득표 80%, 경북 81%)한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대 법대 출신의 '율사 엘리트'이기 때문에 무조건 철회하라는 것은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구시대의 정치공작으로 읽힌다.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좀 더 설득력 있는 논거를 내세워야 한다.
대통합을 위한 대탕평은 지연, 학연, 혈연을 물론 남녀, 이념, 계층을 떠나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둠으로써 이룰 수 있다. 필요하다면 경남이든 강원이든 호남 출신이든 눈치 볼 것이 없다.
TK는 무조건 죄인인가. TK이기 때문에 "너는 안돼"라고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정치적 연좌제(緣坐制)와 다를 바 없다. 대구는 18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다. TK이기 때문에 역차별이 불가피하다고? 대구경북민은 앞으로 얼마나 더 울어야 하나.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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