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입력 2013-01-04 07:18:34

"경제·외교·안보, 일 잘할 수 있는 사람 쓰면 돼…지역이 왜 필요하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잘했느냐. (박 전 대통령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지 않았다. '개발독재'를 하면서 유능한 경제관료를 기용했던 그런 지도자가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경제는 진짜 유능한 사람을 뽑아서 맡겨야 한다. 당선인 본인이 아는 지식으로, (당선인의 뜻을) 교시처럼 받드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첫 내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3선의 유승민(55) 국회 국방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인사를 잘 해야 한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2005년 박 당선인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에 이어 제2대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당선인과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그 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오래된 측근 중 한 명이다. 2011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 2위로 당선됐지만 5개월여 만인 그해 12월 디도스 사건 등이 터지면서 당이 위기상황에 처하자 최고위원직을 사퇴, '홍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르도록 이끈 장본인이다.

정작 그는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 주변에서 활동하지 못했다.

그는 이와 관련, "당선인과의 관계가 그동안 조금 그랬던 측면이 있다"고 얼버무리면서도 "당선인 주변에서 제가 할 역할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 방식으로 돕겠다고 공언한 대로 '대구 한 표'와 서울이나 광주 한 표가 똑같다는 생각으로 내 지역구부터 다지고 대구에서 열심히 하는 데 매달렸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본지가 신년을 맞아 대구경북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포스트 박근혜' 시대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역에서 포스트 박근혜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차세대 리더에 주목하는 현상에 대해 "박근혜 정부 5년이 지나면 대구경북이 정치적 공백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좀 당혹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마음도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정말 제가 겸손하게 잘 하느냐에 (차세대가) 달려 있고 TK 정치인들이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다음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소탈하고 친화력 있는 모습을 회상하면서 "박 당선인이 당선되면서 홀가분해졌다. 제 인생에서도 하나의 전환기가 됐다"며 "아버지께서 사람에게 쏟아붓던 정성을 더 배우겠다"며 대중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인수위 인선을 시작으로 인사가 사직됐다. 윤창중 대변인 발탁 등 박 당선인의 인사를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사를 너무 끌어서 걱정이다. 다 끝나야 평가하겠지만 윤창중 그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생각이 똑같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본인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제일 모양이 낫다. 당선인이나 인수위원장이 그를 교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퇴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나머지 문제 있는 인사들도 지금 바로잡는 것이 정치적 피해는 있을지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인사는 정책과 소통으로 이어진다. 탕평인사 하겠다면서 출신 지역을 우선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인사를 할 때 지역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제나 외교 안보 등 국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인재를 쓰는데 지역이 왜 필요한가. 일 잘하는 사람을 갖다 쓰면 된다. 호남 출신을 중용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나 외교안보 등 국가생존과 관련된 분야는 지역을 따져서는 안 된다. TK 역차별은 말이 안 된다. TK 중에서도 유능한 인재는 당연히 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 인사의 최대 실수는 '캠프인사'다. 5년 내내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을 회전문으로 썼다.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인재들도 많다. 논공행상이라는 것은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을 쓴다는 것인데 선거 때 도와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TK는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들린다. 깨끗하고 일 잘하는 자격 있는 TK는 정부 초기부터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또 친박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지만 그동안 '친박'했던 사람 중에서 자격 있는 사람은 써야 한다. 기계적으로 '친박과 TK는 배제한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인재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도 영남권에서 몇%를 교체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대구경북사람들은 예전부터 선비정신, 공인의식이 강했다. 그런 사람을 배제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당선인이 'TK'라며 역차별을 하거나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를 민생정부라고 하지만 국정운영 방향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후보 시절 제일 많이 이야기한 콘셉트가 '민생'이다. 민생에는 일자리와 복지와 경제민주화까지 다 들어간다. 그것은 복지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취임하자마자 경제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나 여러 지표를 봤을 때 2013년 경제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가장 안 좋은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민생'을 하려면 경제가 휘청휘청해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민생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게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진짜 어려운 과제다.

경제가 나빠지는 속도가 빨리질 경우 복지 분야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고 위기 극복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지도 모른다. 성장률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신 있는 경제전문가들이 주변에 없다는 지적도 한다.

"역시 인사 문제다. 대통령이 혼자서 다할 수는 없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해서 좋은 사람을 쓰도록 해야 한다. 공약을 이른 시일 내에 이행하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경제팀을 어떻게 꾸리고, 그 팀에게 얼마나 권한을 위임하고, 그 팀이 하자는 대로 따라줄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경제 외에 남북문제 역시 당선인이 맞닥뜨릴 주요 국정과제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총서기 시대가 열렸고 북한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됐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2기, 일본도 아베 내각으로 완전히 리더십이 다 바뀌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잘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북핵이든 영토분쟁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미국과 중국 지도자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긴밀하게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를 해내느냐, 이를 외교안보팀이 어떻게 보좌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MB는 한미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과의 이른바 '당청관계'도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과 우리 당이 어떤 관계를 가져가느냐도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 체제가 계속되지 않겠느냐. 임기가 아직 1년 반이나 남아있다. '당청관계'는 굉장히 건전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니까 국회에서 안정적으로 도와주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지만 정책과 인사에서 청와대가 잘못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을 위해서도 박 당선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견제는 해야 한다."

-당선인 주변에서 직언이나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해 제가 쓴소리를 세 번 했다. 당명을 바꿀 때는 직접 말씀을 드렸고, 총선 끝나고 나서 잘해야 한다고 했고, 마지막은 추석 직후인 10월 초에 위기가 닥쳤을 때 후보 빼고 다 바꾸자고 언론을 통해 했다.

선거에서 이기면 잘못한 것도 파묻히고 지면 잘한 것도 파묻힌다. 새누리당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당명이나 당 색깔에 대해 요즘은 잘했다는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당시 저는 당명개정에 대해 본질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철수가 선점한 '새정치' 우리가 왜 못하느냐, 우리는 왜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느냐, 그런 콤플렉스에서 해방돼서 본질적인 내용으로 승부하자는 취지였다. 당선인이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다."

-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기는 것도 어렵지만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더 어렵고 중요하다. 이제 당선됐으니까 늘 귀를 기울이고 자세를 낮추고 반성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선인은 보좌만 잘해주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인사와 정책과 소통이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당선인께서는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외로운 그런 자리라는 것을 잘 안다. 아무쪼록 '대연정' 제안을 거두시고 끝까지 대통령직을 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알고 있는 당선인께서는 지금 이 시대에 훌륭한 대통령이 무엇인지 잘 알고 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부권 신공항 문제는 당선인께서 어떻게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선인께서는 신공항 문제를 반드시 추진할 것이다. 약속한 대로 객관적으로 (신공항의) 입지 선정을 할 수 있는 기관에 일임해서 그 기관이 제안하는 입지대로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 가급적 임기 초반에 빨리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구와 부산 정치권은 당선인에게 맡겨놓고 더 이상 지난번과 같은 지역 간 갈등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밀양과 가덕도 중 한 곳이 되든, 제3의 지역으로 결론이 나든 간에 소외감을 느끼는 지역을 달래주는 수순이 맞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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