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듣고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습니다. 세상에 내놓기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한 글쟁이의 작품이 세상 안에서 갖게 되는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요? 제 나름대로 내려놓은 답과 이 작품에는 꽤나 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글을 쓰며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글이 잘되면 조증, 안되면 울증입니다. 글을 못 쓰는 저 자신에게 무척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믿어 주셨던 분들께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고백하건대 착실하고 맑은 저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런 대단한 운도 저에게는 없었을 겁니다. 귀여운 내 딸 루비 사랑한다. 자극이 되었던 문우들과 내 소설을 가장 잘 이해해 주셨던 최학 교수님, 제가 이십 대의 불안에 떨고 있었을 때 강한 빛으로 이끌어 주셨던 이순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것이 운이 따르지 않으면 결코 주어지지 않는 상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런 행운을 저에게 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끝없는 믿음으로 성원해 준 저의 모든 가족들, 전화로 축하해 주신 분들, 나의 절친들, 왠지 제가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기수
◆ 약력
1978년생
우송정보대 문예창작과 졸업
가정방문 교사
◇심사평…기억-현실, 환상-실체 넘나들며 신선한 반전 돋보여
오래전부터 인문학의 위기가 여러 입으로 회자되고, 활자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은 이 시대에, 수많은 재능들이 질 높은 작품들을 투고하여 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정이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예심을 통과한 아홉 편의 작품 가운데서 심사위원들은 '토끼왕' '밤길' '어디, 흔들리나요?' 등 세 편의 소설에 주목했다.
'어디, 흔들리나요?'는 대상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문체가 유려하여 서술에 막힘이 없고,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도 나무랄 데 없었으며, 전체적인 짜임도 훌륭했다. 그러나 소설의 주제가 자못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도 한일 간 국제결혼한 부부의 침실 갈등을 민족 갈등과 등치하는 설정에는 무리한 점이 없지 않았다. 과도한 의식은 자주 나태한 의식과도 연결된다. '밤길'은 우선 높은 묘사력으로 주의를 끌었으며, 균형감 있는 인물 설정, 과거사와 현대사의 적절한 배치 등 소설의 전통적 기법을 잘 활용한 수작이었다. 그러나 안정된 그만큼 주제가 상투적이었고, 신인다운 패기를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소설의 초입에서부터 깔아 놓은 복선을 크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 작품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곁가지가 많은 구조와 복합적인 구조는 다르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토끼왕'은 기법의 관점에서 볼 때 난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기억과 현실, 환상과 실재를 교묘하게 배치하여 극적 반전의 플롯을 구성해 낸 작가의 역량이 높이 평가되었다. 한 편의 환상소설 안에서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꼼꼼하게 계산해 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신인 작가의 과학적 인식 능력을 증명해 준다. 당선자가 환상적 서술과 이상심리에 기대지 않고 현실과 정면 대결하는 소설에서 성공할 때, 그 작가 의식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라고 심사위원들은 생각한다. 응모자들의 정진을 빌며,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문학이라는 이 고달픈 여정에는 늘 다시 시작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
본심: 황현산(문학평론가)'김형경(소설가) 예심: 우광훈(소설가)'박정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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