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흥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풍경]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Donna Donna)

입력 2012-12-29 08:00:00

인권운동가, 반전평화운동가로 유명한 포크가수 존 바에즈.
인권운동가, 반전평화운동가로 유명한 포크가수 존 바에즈.

지난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는 어떤 이들에게는 승리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패배로 받아들여졌다. 예견된 대로 그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지게 하는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지역주의라는 덫에 갇혀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 주었다. 물론 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위정자들의 권력욕 때문이었다. 또한, 그것은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 역사와 계속된 군사 독재의 그늘 속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우민정책의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지역주의의 망령도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소리 없이 소멸하여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역주의 망령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이제 우리 사회는 또다시 세대와 이념의 탈을 쓰고 나타난 반목과 질시라는 이름의 유령 앞에 신음하고 있다. 이 역시 여전히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력과 그에 빌붙은 일부 지식인들이 자행한 놀음의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의 미래는 없다. 선거의 결과가 당선과 낙선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로 남는다면 갈등과 반목만이 존재하게 된다. 무엇을 위한 선거인가는 잊어버리고 누구를 당선시켰는가에 몰두하는 현상은 승자를 군림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 방송과 신문이 보여준 태도는 그야말로 비굴하기 짝이 없다. 사회의 통합이나 화해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행태는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넘어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알고도 저지르는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 또한 미래가 없음은 물론이다.

이번 대선 당선자를 저소득층과 저학력층, 그리고 고령자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는 선거결과 분석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을 두고 부자들의 편에 선 당선자에게 보내는 가난한 사람들의 무지라고 혀를 차기도 했지만, 그 또한 국민의 선택이라면 그 무게감과 함께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제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고 소리치던 '국민을 위한' 잔치가 막을 내렸다.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우리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의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 고통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때,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의 '오해'까지도 불식시킬 수 있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용역들이 투입되어 강제진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한진중공업해고 노동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한 해고 노동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지금 이 순간, 수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서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화해와 통합은 시작된다. 이런 사회적 현실에 눈을 감고 외면한다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비판론자들의 씌워 놓은 불통과 아집의 이미지를 벗어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바람이 몹시 부는 저녁, 서울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Donna Donna)가 흐른다.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슬픈 처지를 비유한 노래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슴에 와 닿는다.

/시장으로 가는 마차 위에/슬픈 눈망울의 송아지/하늘에는 제비 한 마리가 날쌔게 날아가고 있네/온 종일 웃고 또 웃고/여름 밤이 다 가도록 웃고 있네/그 이유를 모른다네/하지만, 누구든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면/제비처럼 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네/누가 너더러 송아지가 되랬니/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제비처럼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지 못했니(Donna Donna 가사 해석 전문)

전태흥 미래티앤씨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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