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원 "나설때 아니다"…선발보다 구원 역할
"인수위에 와 달란 러브콜 없습니까?"(기자)
"에이, 무슨 말씀을…영남권은 지금은 안 돼…장외에 있어야지."(지역 중진 의원)
대구경북 정치권의 요즘 분위기가 단적으로 요약된 27일 대화다. 내년 2월 25일 취임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이 시작된 가운데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권 인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지금은 빠질 때이지 나설 때가 아니란 것이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여의도 곳곳에서는 소위 '한 역할' 했다는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백의종군 결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선 지분을 요구하지도, 자리를 탐하지도, 자기 사람 심기도 하지 말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구성과 첫 조각(組閣)을 두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논란이 일고, 이들 측근이 돌려막기 식으로 이곳저곳 부처의 수장이 되면서 '회전문'으로 귀결한 데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란 분석이다.
특히 대구경북 정치권은 선발보다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박 당선인의 국토, 해양, 복지 분야 공약 개발을 지원한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박 당선인이 '출신 지역' 논란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우리가 길을 터주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자는 뜻이 모이고 있다"며 "대구경북은 이제부터 천수답(天水畓)만 바랄 게 아니라 저수지를 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모이는 대구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말목회(末木會)에서도 대부분 의원이 크게 공감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박 당선인이 '100% 국민대통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면 대탕평과 동서화합에서 영남권의 양보가 절대적"이라며 "많은 분에게 기회가 주어져 '공정한' 사회가 이뤄진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했다.
정권 재창출에 큰 힘을 보탠 지역 정치권 인사가 '인사(人事) 이슈'에서 빠진 이유다. 박 당선인이 사람을 충분히 쓰고, 인재창고가 바닥이 나면 '구원 등판'해도 늦지 않다는 일종의 신뢰감이 형성돼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인수위 인사 따로, 내각 인사 따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