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朴 인사스타일…윤창중 "내용 나도 몰랐다"

입력 2012-12-28 10:35:11

밀봉 명단 기자들 앞에서 개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7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부위원장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1차 인수위 인선안이 담긴 봉투를 뜯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7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부위원장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1차 인수위 인선안이 담긴 봉투를 뜯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2시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 손엔 노란색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서류봉투는 밀봉(密封)된 상태였다. 윤 수석대변인은 단상에서 봉투를 개봉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 내용이 담긴 발표문 3장을 꺼내 읽었다. 이 발표문엔 명단과 인선 배경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발표 뒤 윤 수석대변인은 "박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발표문을 건네받은 뒤 내가 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밀봉했다"며 "나도 봉투를 열기 전까지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쇼를 한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 인사스타일'이 이번 인수위 첫 인선 발표날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날 오전 윤 수석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인수위 인선 관련 질문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수석대변인이 발표 당일까지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볼 수 있지만 당선인의 스타일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라고 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은 보안을 인사의 제1원칙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비상대책위원회 인사 때에도 박 당선인은 인사 내용이 언론에 일부 흘러나가자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가지고…"라고 했었다. 이때 촉새로 지목받은 한 인사는 이후 큰 고생을 겪어야 했다.

당 관계자는 "이런 전례가 있기에 윤 수석대변인이 미리 볼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고 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인수위원은 언제 발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도 (당선인이) 밀봉해서 주시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또 하나의 인사스타일은 한번 믿으면 끝까지 신뢰를 주는 것이다. 쉽게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원칙은 이번 인사에서도 적용됐다.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로 발탁된 상당수의 인물은 모두 대선 선대위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며 박 당선인을 보좌했다.

여권 한 인사는 "이번 인수위 1차 인선안을 보면 앞으로 이어질 박 당선인의 인사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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