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고 사는기 바빠가 그냥 내삐 왔지만/두고 온 젊은 날에게 니 사랑한데이/소리 쳐 보아도 냄새스럽지 않은 곳/(중략)지랄 염병 같은 시상/잘 묵고 잘 살아라/응어리 하나쯤 느끈하게 녹여 내는/그곳/늙수레한 주인 여자가 우려내는/쑥부쟁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에 자리한 '초빈산방'에 가면 이 글을 쓴 여주인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7개월 만에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우수 체험공간 지정서'를 받았다. 전국에서 5곳 밖에 없는 귀한 곳이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주인 조아경(50) 씨는 이곳에서 꽃차를 만들고, 약초장아찌나 술을 담아낸다.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다양한 꽃차는 직접 산을 뒤지고 다니며 채취하고 덖었다. 아홉 번을 370℃의 일정한 온도로 덖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는 단풍잎차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주인이 지난 1년 동안 산야를 다니며 부지런히 채취하고 덖은 덕분에 웬만한 꽃차는 모두 이곳에 갖춰져 있다. 꽃차는 찾는 사람들의 몸 상태에 따라 권해진다.
이곳 산방을 둘러싸고 있는 1만8천800여㎡(5천700여 평)의 넓은 땅은 꽃과 약초로 가득하다. 꽃과 약초는 이곳을 찾은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에게 소개된다. 올해 초에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전통상 차리기 체험'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조 씨는 포항 호미곶과 장기읍성을 잇는 관광지로서 이곳을 알리기 위해 산책길을 조성하고 꽃차와 약선음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준비된 꽃차와 약초장아찌의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초빈산방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선현들의 멋을 담은 이곳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정말 촌스럽게 지어진 곳이지만 한국의 맛과 멋이 그대로 숨쉬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조 씨는 산방 주변에 조성된 연잎 속에 미리 만든 '연엽량'(연꽃을 발효해 만든 술로 주먹밥 형태)을 달아, 이곳을 찾는 애주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문의=초빈산방(054-291-6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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