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등록제 내달 시행…여전한 허점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려동물등록제'(이하 동물등록제)가 내년 1월 의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단속 방법이 모호해 단속에 나서야 할 공무원마저 혼란을 겪고 있다.
반려동물등록제는 월령 3개월 이상의 개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해당 시'군'구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동물등록제는 올 2월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부산시, 인천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전국에서 의무 시행된다. 인구 10만 명 이하 시'군'구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반려견의 소유주는 거주하는 지역의 등록대행 동물병원에 반려동물과 방문해 고유 등록번호가 기록된 마이크로칩(가로 2.1㎜, 세로 12.3㎜)을 몸에 넣거나 별도의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를 몸 바깥에 달면 된다. 등록이 완료된 반려견은 동물번호 관리 시스템에 의해 관리돼 반려견을 잃어버릴 경우 주인이 쉽게 찾을 수 있다.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과 함께 유기견이 함께 급증하면서 처리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왜 시행하나=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 유기견은 5천625마리로 2009년 4천674마리보다 20.3% 증가했다. 발견된 유기견은 지정 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하다 주인이 찾지 않으면 희망자에게 분양되거나 안락사된다. 위탁부터 안락사까지 1마리당 보호비용은 최대 8만원. 기타 보호소 운영비 등을 합하면 올 한 해 대구시가 유기견 관리에 들인 비용은 1억3천900만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마저도 모든 유기견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기견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단속 규정이 모호해 단속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체내에 삽입하는 마이크로칩이 아닌 몸에 다는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의 경우 떼어 버리면 반려견 주인을 찾을 수 없다. 등록을 해서 주인을 찾아도 주인이 유기견을 찾기를 원하지 않으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단속원이 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을 찾을 방법이 없어 입법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에는 규정된 단속 방법이 없으며 단속 권한은 시'군'구에 있다. 하지만 단속에 나서야 할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시로부터 단속 방법을 들은 적도 없으며 단속에 나서야 할 인력도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시 관계자도 "단속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집안에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단속보다는 시민들의 자율적인 실천에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반려견의 몸에 심을 마이크로칩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 동구 지묘동에서 유기견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보(56'여) 씨는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면 암이나 부종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 마이크로칩을 몸에 넣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반려견 6마리를 11년째 키우고 있는 배여진(45'여'중구 동인동) 씨는 "지금도 이름과 주소가 적힌 목줄을 하고 있는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단속도 하지 않는 칩을 심거나 인식표를 부착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유기견은 아파서 버리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라리 병원 비용을 낮추는 것이 유기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대구수의사회 최동학 회장은 "유기견 관리에 나서야 할 국가가 오히려 유기견을 키우는 주인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속에 허점이 많은 점은 인정한다"며 "시행 후 1년 동안은 단속보다는 홍보에 주안점을 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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