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문' 수시를 뚫어라<상>…예비 고3들, 수시 대비 수시로 합니까

입력 2012-12-25 08:00:00

수시모집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지역 학생, 학부모, 학교는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14일 매일신문사가 대구 수성대학교 대강당에서 연 대입 수시모집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수시모집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지역 학생, 학부모, 학교는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14일 매일신문사가 대구 수성대학교 대강당에서 연 대입 수시모집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매년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고2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대학입시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고2 학생 이하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공'사교육 입시 전문가들이 일찌감치 입시 전략을 짜 실천해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이제껏 조금씩 해온 준비가 제대로 된 것인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상당수다.

현 대입 제도는 꼼꼼히 뜯어보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게다가 내년 수능시험이 A, B 선택형으로 치러지고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 전형의 확대 추세도 지속하고 있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늘었다. 상, 하편에 걸쳐 내년 이후 대입 제도와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알아봤다.

◆2014학년도 대입 제도, 또 크게 변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달 초 발표한 2014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에서 올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수능시험이 선택형으로 개편된다는 것이다. 쉬운 A형과 이보다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수험생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국어와 수학 경우 동시에 B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애초 뜻대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수험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각 대학의 시행 계획에 따르면 서울 중상위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 등이 인문계열에서 국어 B, 수학 A, 영어 B형을 반영하고, 자연계열에서 국어 A, 수학 B, 영어 B형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 가운데 특히 영어 경우 A, B형 중 B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국어와 수학은 A, B형이 인문, 자연계열로 구분되는 계열별 시험이고, 영어는 수준별 시험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B형을 선택하는 게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것도 아니다. 가산점과 난이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B형을 선택할 때 가산점이 5~30%로 이미 정해져 있지만 난이도는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수능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A형을 선택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가 B형을 선택, 낮은 점수에 가산점을 더한 것보다 실제 더 높은 위치일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시험의 난이도도 조절하기 어려운데 가산점을 고려해 두 가지 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해 혜화여고 박재완 교사는 "수학은 이미 인문'자연계열이 각각 다른 유형으로 시험을 쳐왔고 국어는 인문계열 학생이 A형을 친다 해도 서울대와 의대를 지망하는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 탓에 기대만큼 등급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어 유형 선택이 관건"이라며 "성적이 중위권 이상인 수험생이라면 영어 B형을 염두에 두고 수험 준비를 하다가 내년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나서 A형으로 바꿀지를 결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현실 인식은 아직 먼 길

사실 수능 체계 개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정시모집 관문이 더욱 좁아졌다는 점이다. 올해는 전체 모집 정원의 64.4%(24만3천223명)를 수시모집에서 선발했는데 내년에는 66.2%(25만1천220명)로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수시모집(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전체 정원의 82.6%(2천617명)를 선발하는 등 서울 주요 대학 중 정원의 70% 이상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하는 곳이 많다. 수시 대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의 인식을 살펴보면 아직 지역 학생들의 대입 수시 대비는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학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수성구 한 고교 2학년 A군(자연계열)의 내신 성적은 4등급 정도. 진학 목표를 서울 중위권 대학이나 경북대로 잡은 가운데 아직 수능 공부 외에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준비도 내년에 할 생각이다.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아서 그냥 수능 공부만 해왔어요. 독서 이력은 없고 학교에서 경시 대회를 잘 열지 않으니 입상 성적도 쓸 게 없어요.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질까 봐 논술 공부를 해야 할지도 망설여집니다."

수성구의 학력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A군의 현재 위치라면 수시모집에서 빈틈을 노리지 않는 이상 경북대 진학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학생부에 적을 각종 활동 기록은 전무한 형편이다. 논술도 외면해온 상태여서 고2만 돼도 논술에 집중하는 수도권 학생들에 뒤질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는 더욱 허술하다. 서울 주요 상위 17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30.9%에 이르지만, 지역에선 제대로 준비하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다.

학부모 B(46'여'달서구) 씨는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를 고려하는 고1 딸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내신과 모의평가 성적을 볼 때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요. 지역에선 학교나 학원에서 그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으니까요. 주변에서 준비하는 학생을 찾기도 어려우니 조언을 들을 곳이 없는 셈이에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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