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유적·유물 '四國史' 넘어 세계 유산 가치 충분
가야문화의 역사유물'유적의 독창성은 우리 고대사를 신라'백제'고구려의 삼국사가 아닌 가야를 포함한 사국사(四國史)로 불러도 될 만큼 명확하고 실체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경북도와 고령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학계는 가야문화의 독창성과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야 문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목표로 학술심포지엄과 시민교육을 진행 중이고, 시민 홍보와 문화유산 답사, 보존'관리 방안 마련 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와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원장 이윤갑)이 이달 20일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에서 마련한 '경북지역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 규명을 위한 학술대회'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가야문화의 2014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와 2016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는 전문가와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
가야문화의 역사유물과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유네스코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기준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진정성(Authenticity) ▷완전성(Integrity) ▷대표성 ▷보존 및 관리계획 등의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보편적 가치 기준은 ▷인류의 창조적인 천재성이 만들어 낸 걸작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경주 석굴암, 불국사 등) ▷인류의 가치가 교류된 중요한 것임을 보여주는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이나 조경설계의 발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오랜 시간을 걸쳐 일어났거나 세계의 특정문화권에서 일어난 것(서울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소멸한 문명과 관계되면서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를 지닌 것(서울 창덕궁 주합루 일대, 수원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조선왕릉, 경주 양동마을)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건조물, 건축적 기술적 총체나 경관(서울 종묘,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경주 불국사, 서울 창덕궁,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경주 양동마을 독락당) ▷문화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 때문에 변화할 가능성이 큰 환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전통적인 인간 정주지, 토지의 이용 또는 해양의 이용과 관계되는 탁월한 사례에 속하는 것(필리핀 계단식 경작지) ▷탁월한 보편적 의의를 지닌 사건 또는 살아있는 전통'사상'신앙'예술'문학 작품과 직접적 또는 가시적으로 연계된 유산(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등 6개 항목 가운데 최소한 1개 항목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진정성과 완전성, 국내외 유산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대표성이 입증돼야 하며, 보존'관리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특히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는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진정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진정성은 예술적, 창조적 우수성에 관한 것으로 '진실'과 '진짜'를 강조하고 있다. 진정성의 요건은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형태와 디자인, 소재와 재료, 용도와 기능, 전통기법, 관리체계, 위치와 환경, 언어와 무형적 자산, 기풍과 저서 및 기타 내외부 요인 등과 같은 다양한 속성에 부합되는지를 판단한다. 유네스코는 이 같은 요건이 진실하고 신뢰성 있게 표현된 경우에만 진정성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으로 본 고령 지산리 고분군
김세기 대구한의대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 논의를 고령 지산리 고분군을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야고분군으로 알려진 경부 도내 여러 고분군에 대해 연구한 결과 성주 성산리 고분군과 함창의 고령가야, 상주의 고분군들은 가야고분군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김 교수는 "고령 지산리 고분군은 유네스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가야 왕릉의 경관은 독보적이며 인류 역사의 중요한 사례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점에 세계문화유산 기준에 들어맞는다는 것. 고분축조의 다양성과 토목기술의 반영, 대가야 순장의 다양성과 독특성, 출토유물의 독특성 등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을 충족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고분을 정비하기 위해 정확한 학술조사를 토대로 발굴조사를 실시해 고분의 정확한 규모와 형태를 정확한 자료에 의해 복원을 추진한 것은 진실성을 강조한 것이며, 체계적인 고분군의 원형 보존관리를 위해 마스터플랜을 기획하여 실천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대규모 순장고분의 실상을 보존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실제의 고분과 같은 매장시설과 순장곽을 비롯한 순장모습을 똑같이 재현한 왕릉전시관을 설치해 완전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도 긍정적이다. 고령군은 해마다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 역사 테마파크 일원에서 대가야 체험축제를 열고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홍보하고 있다. 매년 축제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만 20만 명이 넘는다. 또 국도 횡단으로 끊긴 고분군 능선 맥 잇기 사업을 통해 주산성~지산리 왕릉군~대가야 박물관~대가야 역사 테마파크를 잇는 대가야 역사 체험프로그램을 완성해 부정적 요소를 없앴다.
고령군의 지산리 고분군 보존관리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대가야박물관 인근에 가야의 유일한 벽화고분인 고아리벽화고분 모형전시관을 건립할 것을 고령군에 제안했다. 그는 "대가야왕릉인 벽화고분은 더 이상 관람할 수 없으므로 대가야고분의 독특한 유형의 볼거리와 역사체험의 목적으로 대가야 테마파크 입구 쪽에 세우는 것이 좋겠다"며 "주산성~지산리 왕릉군~왕릉전시관~대가야박물관~벽화고분 모형관~대가야 역사 테마파크를 잇는 대가야 역사 클러스터를 완성하면 시너지 효과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지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려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와 대가야 고분군
대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먼저 인위적인 훼손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유적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데는 북한과 중국 양측이 고구려 유적의 문화사적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당시에 이뤄진 발굴 조사가 고구려 유적이 알려진 계기가 됐지만 토포리 남총이나 금사총, 중국의 산연화총, 귀갑총 등 크게 훼손된 유적이 적지 않았다. 북한은 문화유산에 대한 원칙을 세워 유적의 조사와 보존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중국도 헌법으로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제정했다. 또 일제강점기 때 알려진 유적에 대한 재조사와 보존을 위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장천 1호분처럼 도굴 피해를 입은 유적도 학술적인 발굴조사와 보존을 위한 관리를 병행해 인위적'자연적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가야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때 등재 범위를 정하고 조사'연구,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가야 문화를 고분군에 한정할 것인지, 도성과 함께 등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유적의 진정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 강현숙 동국대 교수는 "대가야 유적의 보편적이고 탁월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대가야 고분군은 고구려 고분과 달리 그 가치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며 "고분의 구조와 매장풍속, 사후관념 등 시간에 따른 변화와 의미를 같은 시기에 축조된 신라, 백제 고분과의 비교를 통해 차별성과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고분 입지의 탁월성 등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부각시켜야 유적의 완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장 풍습이나 순장 등의 매장 관념, 주검 처리와 관련한 여러 요소를 관념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주변 지역과 주변국과 비교해야 하고, 유적은 아니지만, 고분에 부장된 다양한 부장품들을 방증 자료로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대가야 고분군은 자연경관을 이용해 고대사회에서 고총이 가지는 정치, 사회적 의미를 잘 드러내는 유적인 만큼 자연경관 지형조건의 이용 방식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유적이 완전할수록 과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럴 때 유적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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