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애고 다리야!'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아이가 일어서면서 '애고 다리야', 앉으면서 '애고 다리야'하는 것이다.
순간, 그동안 애써 봐주신 어머니의 노고를 뒤로 한 채 이러다 아들 교육상 좋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맞벌이란 이유로 할머니께 맡겼더니 온 마당을 뛰놀며 흙속을 파헤치며 노는 아이를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 어린이집을 알아보았다.
마침 집 가까이 어린이집이 있어 안성맞춤이다 생각하고 보름가량 보냈는데, 제일 먼저 출석해서 맨 나중에 데리고 와야 할 형편이 되자 아이가 불안해했다.
친구들은 다 갔는데 '혹시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내가 데워지기 전에 도착해서 실내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있어야 했으니 감기를 달고 있으나 병원 데리고 갈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부득이 다시 어머니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의 말씀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니 걱정되었는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필요 없는 곳은 전등을 끄고, 외출할 때는 가스를 잠갔는지! 전기코드를 뽑았는지 확인하라며 잔소리를 한다. 아울러 절약하는 좋은 습관을 할머니께 배우고 있었다.
이렇게 할머니와 단짝 친구가 되어 다리 아파서 굳이 가지 않겠다는 할머니께 공룡전 구경 가자며 손목을 이끌어 와 둘만의 추억 한 장을 남긴 것이다.
할머니 품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할머니를 챙기는 아들을 보며 '저렇게 효심(孝心)이 생기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와 있으므로 해서 교육상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어머니께서 내 아들 인성교육을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
김원희(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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