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90세 훈장님 팔팔한 명심보감 강의…인흥서원 추연섭 씨

입력 2012-12-21 07:47:41

"요산(樂山)이란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고, 요수(寮水)란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인흥서원 동제에 걸린 '樂山寮'(요산요) 현판을 가리키며 추연섭(90) 옹이 열강 하신다. 관광객이 떠나자 서원의 대청에 오른 추 옹은 일 년 전의 기억을 잊지 않고 두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았다. 대청에는 화이트보드가 세워져 있고, 성리학과 유교사상 강의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추 옹은 추계 추씨 24세 종손으로 90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거의 매일 찾아와 서원을 보살피고 있다. 그것뿐만 아니다. 일평생 교육자로 봉직하다가 군위군 소보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하고 나서 올해로 25년째 인흥서원을 지키면서 지금껏 노령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목판 관리와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언제나 서원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열강 중이다. 서원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서 한글과 영문으로 표기한 내용 중에는 특히 영문을 똑똑하게 낭독하며 뜻을 풀이해주고 있다.

추 옹은 "자식들은 미국과 서울에서 학자로 또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나는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이곳 서원에는 누가 찾아와도 곧바로 강의할 수 있는 채비를 해놓았다"며 "특히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공자 등 제자백가의 경서와 저술, 시부 가운데서 쉬우면서 생활에 기본이 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 달성보에서 수목원까지 '녹색 길' 걷기에 나섰다가 이곳에 들른 대구시 중구 대봉동 거주 박선길(57) 씨는 "연세 높은 어르신이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한 모습으로 명심보감을 설명하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면서 "앞으로 추연섭 선생께서 생전에 계실 때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영시 시민기자 kwonysi@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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