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후문. 노란색 종이에 커다란 투표 도장과 '투표하고 할인받자'라는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가 많았다. 찜닭 전문점 '왕추'를 운영하는 지영조(48) 씨는 투표 당일부터 다음날까지 투표 인증샷을 보여주면 영계 튀김 1마리와 소주 1병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 씨는 "대통령 선거는 향후 5년 동안 나라를 운영하는 미래 권력을 뽑는 축제의 장이다"며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코사마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재봉(53) 씨도 투표 당일 인증샷을 찍은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 씨는 "요즘 젊은 학생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이벤트를 통해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더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가게들이 투표율 높이기에 나섰다. 투표소 앞에서 찍은 투표 인증샷을 보여주는 시민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 투표율이 낮은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을 공략하는 투표 권장 이벤트가 많다.
대구 중구 문화동에 있는 '스킨케어 5000'에서는 20일부터 31일까지 투표 당일 인증샷을 보여준 손님에게 비용의 50%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연다. 피부관리실 박후주(39'여) 원장은 "고객 대부분이 20, 30대인데 대부분 투표 당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 투표를 하려면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한다"며 "아침 칼바람에도 집을 나서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북카페 공중그네는 투표 인증샷을 찍어 온 손님에게 전 메뉴 50% 할인을 약속했다. 임은희 카페 관리자는 "단순히 한 표를 찍고 오는 것이 아니라 투표 인증샷을 찍으면서 오늘 내가 찍은 한 표가 가지는 의미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소극장 '떼아뜨르 분도'는 투표 인증샷을 찍어오는 관객에게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표 값의 20%를 돌려준다. 소극장 관계자는 "투표 인증샷을 찍는 방법과 예매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쇄도한다"고 했다.
'투표 인증샷'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학생 전혜림(24'여'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투표 후 얻는 할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했다.
투표 참여 캠페인을 두 차례 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김두현 위원장은 "어느 선거보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과 참여 의지를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며 "투표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해 시민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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