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척추관절통증과 고주파치료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허리 통증 어쩌나

허준호(가명'65) 씨는 몇 년 전부터 간간히 허리가 아팠지만 조금 쉬면 통증이 가라앉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 전부터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허리를 뒤로 젖힐 때나 비틀 때 엉덩이 부위와 뒤쪽 허벅지까지 묵직한 통증이 왔고, 쉬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아침에 뻣뻣하고 움직이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척추 디스크가 아닌가 의심이 들어 병원을 찾아 MRI를 찍었는데, 허리뼈 아래쪽에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있지만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허리통증 중 상당수는 척추관절통증 때문

통증치료실에서 간단한 신체진찰 결과, 허씨의 통증은 디스크 때문이 아니라 '척추관절통증'일 가능성이 높았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관절신경을 차단하는 주사를 맞은 후 평소 통증을 일으키는 자세를 취했더니 통증의 80% 이상이 사라졌다. 2주일 정도 지나 다시 약한 통증이 시작돼 신경차단주사를 한 번 더 맞았고, 역시 일주일가량 통증이 깔끔하게 없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통증이 커졌다. 이럴 경우 6개월 이상 통증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 척추관절신경을 고주파로 응고시키는 '고주파열응고술'(고주파치료)을 적용할 수 있다. 허 씨는 고주파치료 후 1년째 통증 없이 지낸다.

허리통증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면 디스크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을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척추관절통증일 경우가 많다. 만성 척추통증의 경우, 척추관절통증 빈도는 대략 15~40%에 이른다. 2개의 척추뼈 사이에는 앞쪽(배쪽)에 디스크(추간판)가 있고 뒤쪽(등쪽)에 두 개의 관절이 있다. 척추뼈 뒤쪽에 있다고 해서 '후관절'이라고 한다.

정상 추간판이 있다면 체중의 70%는 추간판이, 15~30% 정도는 후관절이 부담한다. 하지만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 최고 47~70%의 체중을 후관절이 부담한다. 이런 부담이 계속되면 후관절에도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후관절이 변형되거나 염증이 반복돼 만성 통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척추관절통증은 허리뿐만 아니라 후관절 신경의 지배를 받는 부위까지 아프게 한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 뒤쪽까지 통증이 퍼진다. 척추관절통증은 50~70대 중노년층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후관절에 급격한 스트레스나 손상을 받았을 때는 젊은층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간단한 관절신경차단으로 확진 가능

척추관절통증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절신경차단법을 통해 확진이 가능하다. 척추관절로 가는 신경을 국소마취제로 마비시켜 통증이 확실하게 사라지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이를 진단적 신경차단이라고 한다. 신경차단 후 평소 통증을 일으키는 자세를 취했는데도 통증의 60~80% 이상이 사라지면 척추관절통증으로 판정한다.

고주파치료는 일반 전류의 주파수를 라디오주파수만큼 증폭시켰을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를 일부러 파괴하는 방법이다. 척추관절통증의 경우, 고주파 바늘의 끝을 척추관절신경에 갖다댄 뒤 고주파를 적용시키면 관절신경만 선택적으로 파괴시킬 수 있다. 두 차례 정도 관절신경차단으로 확진된 척추관절통증인 경우 고주파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주파에 의해 관절신경이 파괴되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통증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6개월 이후 통증이 재발하면 다시 고주파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신경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 '박동성 고주파치료법'도 사용된다. 고주파를 이용한 척추관절신경 파괴술의 이 같은 치료 효과는 관련 논문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방법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사람에게 허리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척추통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그러나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운동습관은 척추디스크나 관절에 부담을 줄이고 척추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운석 교수는 "평소 생활 속에 잠시 잠깐 틈을 내 허리를 쉬게 해야 한다"며 "작은 허리통증이 있다면 참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며 통증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도움말 = 대구가톨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운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