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와집·까만 슬레이트 지붕…'컬러풀 대구' 맞나

입력 2012-12-13 11:03:25

도시철도 3호선 경관 불량 시설 2천건 넘어

2014년 6월 개통하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3호선 모노레일이 지나는 중구 신남네거리, 북구청네거리 공중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대구의 이미지를 발전이 멈춘 낡고 오래된 도시로 비출 공산이 커 보인다. 낡은 기와, 시커먼 석면 슬레이트, 폐타이어로 뒤엉킨 지붕들이 도시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 세로 사진-3호선 4공구 북구청 주변. 가로 사진-중구 신남네거리 정거장 부근.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014년 6월 개통하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3호선 모노레일이 지나는 중구 신남네거리, 북구청네거리 공중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대구의 이미지를 발전이 멈춘 낡고 오래된 도시로 비출 공산이 커 보인다. 낡은 기와, 시커먼 석면 슬레이트, 폐타이어로 뒤엉킨 지붕들이 도시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 세로 사진-3호선 4공구 북구청 주변. 가로 사진-중구 신남네거리 정거장 부근.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도시철도 3호선이 대구 도시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호선 정거장 주변과 이동 구간에 '경관 불량 시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땅 위(높이 7.2~19.4m) 모노레일을 달리는 3호선은 대구의 도시 이미지를 규정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대구시는 모노레일을 지탱하는 교각 구조물 미관 개선과 이동 구간 내 전선 지중화에 주력한 나머지 주변 경관 개선은 뒷전으로 밀렸다.

◆3호선 경관 비상

도시철도 3호선은 대구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총연장 23.95㎞를 달린다. 이달 10일 취재진은 3호선 정거장 30곳이 들어서는 주요 교차로와 이동 구간을 둘러봤다. 주요 교차로마다 주변 빌딩이나 아파트를 찾아 모노레일 높이에서 도심 경관을 확인했다.

취재 결과 3호선 일대 풍경을 이대로 놔뒀다간 대구의 도시 이미지를 해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이 앞섰다. 골조 공사가 끝난 북구 매천교 정거장에 직접 올라가 바라본 주변 풍경은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승강장 왼편으로는 검은 가림막으로 가려진 수십여 채의 비닐 건물이 목재소, 자동차정비 공장 등과 뒤섞여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덕지덕지 시커멓게 때가 낀 팔거천 옹벽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북구 만평네거리, 북구청네거리, 신남네거리, 명덕네거리, 건들바위네거리 구간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옥상과 도심 노후 주택들이 주변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폐자재들이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에어컨 실외기와 물탱크들이 눈을 거슬리게 하는 공장 및 빌딩 옥상이 부지기수였다. 낡은 기와집,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뒤엉킨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은 대구 도심이 발전을 멈추고 정지한 듯, 1970년대를 방불케 하는 인상을 줬다.

◆3호선 경관 어떻게 개선할까?

그동안 대구시는 3호선 경관 개선에 소홀했다. 교각 미관 개선 및 이동구간 내 전선 지중화 사업에는 착공(2009년 7월) 단계 때부터 수백억원을 쏟아 부은 데 반해 주변 경관 실태 조사는 올해 들어 처음 이뤄졌고, 예산 편성 또한 10억원(2013년 기준)에 그쳤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2014년까지 15억원을 투입해 3호선 주변 건물 200곳의 옥상에 '하늘정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이 같은 단편적 정비만으로는 3호선 주변 경관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3호선 주변 불량 시설은 무려 2천38건으로 이 가운데 옥상 정비 대상만 340곳에 이른다.

한국공공디자인학회 박의정 대구경북지회장은 "사방이 막혀 있는 지하철과 달리 지상철은 무엇이든 볼 수밖에 없다. 시각적인 뷰(View),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3호선 건설 단계 때부터 경관 개선 작업을 함께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태 조사를 통해 경관 정비 방향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며 "3호선 경관은 대구라는 도시의 자부심, 자긍심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전영옥 소장은 "노후 주거 지역 등 3호선 주변 사유지의 경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마을 만들기 사업과 연계하고, 주요 역사별로 문화 이벤트나 도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경관을 창출하는 공공사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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